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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재택 근무…"오히려 더 피곤..출근하고 싶다"
늘어난 업무 보고·메신저 지옥에 스트레스…"관리 체계·신뢰 부족 탓"
입력 : 2020-03-16 오전 6:06:16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편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힘드네요. 꿈에도 생각못했던 일인데 빨리 회사에 가고 싶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출근을 할 때보다 일지 제출 등의 보고가 많아지면서 업무부담은 더 커졌고 메신저에 즉각 반응하지 않으면 놀고 있다는 의심을 살까봐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워야하는 상황 때문이다. 업무 능률과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재택근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집에서 업무가 힘들어 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도 불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갑작스레 시작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평소보다 보고가 많아지는 등 업무부담이 커지고 근무 태만이란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온종일 메신저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 탓이다. 사진은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모습.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세 보인 지난달 하순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대상이나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주가량이 지났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재택근무는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다. 취업포털 인쿠르트의 조사를 보면 지난 9일 기준으로 대기업은 절반에 가까운 48.7%, 전체적으로는 30%가량의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기간도 길어지면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A씨는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오전, 오후, 퇴근까지 하루에 세번씩 업무일지를 작성해서 보내고 있다"며 "매일 그렇게까지 세분화해 보고 할만큼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데 똑같은 일지를 만들지 않으려다보니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매 시간 보고를 하라는 지시가 없는 것을 위안삼는다"고 덧붙였다.
 
평소에 없던 일지 작성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야 하면서 능률이 떨어지고 고단함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메신저도 재택근무자들을 옥죈다. IT 관련 기업에 다니는 B씨는 "회사로 출근할 때는 10분이 넘어가도 그런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메시저 답변이 5분만 넘어가도 팀장님이 전화를 한다"며 "화장실도 마음 놓고 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에 근무 중인 C씨는 "부장님이 수시로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메신저를 보내서 혹시나 딴짓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메신저에 온 신경이 가 있다"며 "복장을 빼면 모든게 불편하고 스트레스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점심시간과 업무시간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오히려 쉬는 시간이 줄었다고도 했다.
 
집에서 업무가 힘든 사람들도 고충이 크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D씨는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할 공간도 없고 아이가 자꾸만 놀아달라고 옆에 오는 바람에 매일 아침 카페로 출근을 하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카페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크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동료 중에는 집 근처에 프렌차이즈 카페가 없고 조그만 동네 카페 뿐이라 오래 앉아 있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하루에 두세군데를 옮겨다니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관리자급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대기업에서 팀장 직책을 맡고 있는 E씨는 "회의처럼 한자리에 모여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도 수시로 소통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매번 전화를 하기도 힘들고 메신저나 메일로도 한계가 있다"며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할 때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일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직원의 근태관리·업무시스템, 가이드라인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부서장의 재량에 따라 관리되는 측면이 크다보니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며 "업무환경이 익숙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나태해지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재택근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IT 기업에 근무하는 F씨는 "출·퇴근하는 하루 두시간이 굉장히 아까웠다는 생각이 든다"며 "재택근무 이후로는 아침에 운동하고 저녁에 책을 보면서 아주 유용하게 그 시간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직장인 G씨는 "아내가 독박육아를 하는게 항상 미안하고 아이와 놀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는데 요즘은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데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전보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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