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현대·기아차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내수가 부진하고 중국 시장의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까지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면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미국의 올해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작년보다 9%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전까지는 1~2% 정도 감소를 예상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사진/뉴시스
LMC 오토모티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8640만대로 작년보다 4.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 9010만대보다 4% 낮아진 수치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판매량 전망치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1000명이 되는 데 50일이 걸렸지만 2000명이 될 때까지는 사흘, 3000명 돌파에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 등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유럽도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을 비롯해 전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판매가 위축되면 현대·기아차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442만대 중 3분의 1인 146만대를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했다. 기아차는 277만대 중 40%를 팔았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서의 부진을 상쇄하는 역할도 했다.
올해는 중국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 미국과 유럽에 거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달 중국의 자동차 소매 판매는 25만7000대로 79% 줄었고 도매 판매는 21만8000대로 82% 감소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수요 촉진 정책 등으로 감소 폭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큰 폭의 반등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소매 판매가 90%가량 감소하고 도매 판매는 개점 휴업상태를 보이는 등 시장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난달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호조를 보이면서 현대·기아차의 미국 소매 판매는 각각 11%, 7% 증가했다. 유럽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가 각각 7%, 1% 늘었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현대차의 유럽 내 친환경차 판매는 73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기아차는 54% 늘어난 7928대를 팔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이 위축되면 판매 증가세가 계속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 유가 불안 등으로 신흥국 시장의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2015~2016년처럼 신흥시장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며 "저유가가 고착화하면 아중동과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수요부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3년 304만대였던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2016년 143만대로 53% 줄었다. 비슷한 시기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동차 수요도 각각 45%가량 감소했다.
다행히 내수는 이달부터 회복세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부터 개별소비세가 인하됐고 2분기에는 이연 수요 효과가 모두 반영돼 큰 폭의 판매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며 "내수 시장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먼저 맞았지만 정책 효과와 신차 효과로 연간 수요 감소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GV80과 기아차의 쏘렌토가 사전계약으로 이미 상당한 판매량을 확보했고 개소세 인하에 따른 판매 증가를 고려하면 내수 실적이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GV80은 지난달까지 디젤 기준 2만2000대가 계약됐고 쏘렌토도 1만9000대가량의 사전계약이 이뤄졌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