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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로 대공황 막자②)기업들 "'불황'보다 무서운 '공황'올까 두렵다"
삼성·현대차 등 생산·소비 동시 충격 우려…"부품 업체 더 심각"
입력 : 2020-03-31 오전 5:30:14
[뉴스토마토 전보규·정등용·백아란·신병남 기자]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글로벌 주요 생산 기지의 가동이 멈췄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판매 급감도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진정되지 않는다면 생산 차질과 소비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기업의 투자는 밀리고 소득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투자 지연과 소득 감소는 자금흐름에도 악영향을 주면서 신용경색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가게가 늘거나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 소비와 생산, 소득 감소와 경영 악화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탈출이 어려운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공장이 문을 닫았다. 지난 18일(현재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 공장을 시작으로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방침 등에 따라 인도, 체코, 터키, 브라질, 러시아 공장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했다. 이들 공장의 생산량은 현대차의 지난해 판매량 442만대의 절반에 가깝다. 기아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공장(HMMA).사진/현대차
생산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데 더해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 수요 급락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주요 시장분석기관에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생산과 수요가 모두 충격을 받으면서 올해 자동차 생산량이 적게는 4% 안팎 많으면 15%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비중이 80%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내수가 아무리 호조를 보여도 이런 시장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품업체가 받는 타격은 완성차 업체보다 심각할 수 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공급과 수요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고 실물경제에 대한 파장이 커지면서 올해 자동차 수요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자동차 부품사 중에서는 금융지원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 데 가동률이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6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완성차업체의 실적 악화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부품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도와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등 세계에 있는 대부분 공장의 문을 닫았거나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TV와 세탁기,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사실상 모든 제품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스마트폰은 전 세계 2위 시장인 인도에서 상반기 출하량이 4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충격이 예고돼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항 이용객이 감소한 30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항공사는 코로나19로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삼정KPMG의 자료를 보면 이달 3째주 기준으로 국내 항공사의 전체 운항편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국제선 운항 중단에 들어갔고 대한항공도 미국과 유럽 노선 25개 중 9개만 운항 중이다. 위기가 고조되면서 무급 휴직과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도 시행하고 있다.
 
항공만큼은 아니어도 디스플레이와 호텔, 패션·의류, 정유·석유화학, 철강, 유통 등 코로나19의 충격을 받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의 체감경기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악화했다는 점이 현재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4월 전망치는 59.3으로 2009년 1월(52) 이후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7~20일 중소기업 4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 조사에서 64.1%가 '경영상 타격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 달여 전인 지난달 초 34.4%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센터는 이달 9~29일 전국 인구 유동량이 70~80% 줄었고 이에 따라 소상공인 매출의 80% 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물 경제 악화는 금융시장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은행의 손실 흡수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고민하는 이유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조치들이 시기적으로는 맞지만 지금이 최악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당장은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워 제조업 등 수출 중심 산업의 추이를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전보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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