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쓰여 있는 말이라고 한다.
세대 갈등이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던 문제란 방증이다.
세대 갈등은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도 존재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개 대·중견기업 직장인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심층 면접을 거쳐 내놓은 자료를 보면 64% 정도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
2030보다는 4050으로 갈수록 세대 차이를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20~30대의 40~50%, 40~50대의 30~40% 안팎은 세대 차이가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나 때는 안 그랬는데"란 불편함이, 나이가 적을수록 "왜 아직도"란 갑갑함이 강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세대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윗세대는 야근에 대해 팀 전체가 남아서 일하는데 막내가 인사하고 칼퇴근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아랫세대는 업무시간에 충실히 일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무지시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라'와 '명확한 지시를 해야'라고 입장이 엇갈렸다. 회식은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와 '소통은 근무시간에 하자'로 생각의 차이를 드러냈다.
상의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진단하고 '가족'이 아닌 '프로팀' 같은 회사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 기업문화를 바꿀 방안도 내놨다. 의미가 있는 얘기들이다.
다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이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은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밀레니얼이 사회에 나오기 전에도 세대 갈등은 있었다. 기업문화 방향으로 제안한 '헌신'은 자칫 개인주의를 지양하고 조직에 충성하라는 의미는 아닌가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세대 갈등의 원인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방식만 옳다는 생각이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 만큼 그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도 당연하다. 무조건 상대의 방식과 생각에 맞추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태도만으로도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물론 차이를 먼저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사람은 모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한 문화가 다르다. 세대 간에서뿐 아니라 세대 내에서도 같은 학교에 다녔어도 같을 수 없다. 심지어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수십 년을 살면서 쌓은 경험과 문화가 다르고 그만큼 행동 양식이나 가치관이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면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태어나 20년을 살다 한국에 온 지 1년밖에 안 돼 영어에 익숙하고 한국어에 미숙한 친구를 대하듯 하면 된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알아듣기 쉬운 단어를 골라 대화하려고 한다.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면 부연 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직장 선후배 간에 이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선배를 '옛사람'으로 후배를 버릇없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지 말자. 선배의 경험과 노하우, 후배의 생각과 능력을 인정하자. 그리고 서로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자신을 얘기하자. 그렇다면 세대 갈등이란 오랜 난제가 풀릴 날도 오지 않을까.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