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지난 9일 3차 은행업 개방으로 7개 아시아 국가 은행에 진출을 허용했다. 한 차례 발표가 미뤄지는 등 누구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한 은행권 관계자는 "들리는 소식이 있으면 우리에게도 알려 달라"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국민·기업·산업은행 등 3개 은행이 예비 인가를 획득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미얀마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계 은행 3곳에 현지법인 인가를 허용했다. 사실상 모든 은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면허로 이 가운데 두 개를 국민·기업은행이 획득했다. 국민은행은 주택금융과 소매금융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강점으로 내세워 호응을 이끌었다. 수년간 당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해당 국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하게 집어낸 셈이다.
'허용'이란 단어가 갖는 속뜻은 그래서 가볍지 않다. 해외 국가의 산업 수용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규제산업인 은행업은 각 국가들마다 다른 중앙은행 시스템, 관습법과 같이 법령에는 없는 불문율 이해를 위해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이들 국가가 씨티은행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더 선호한다는 점도 많은 발품과 인적 네트워크 확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문재인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표방한지도 횟수로 4년차가 됐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 3국 순방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신남방국가와의 호혜적 경제협력 기반을 만든다는 주문은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앞서 은행들의 진출처럼 안개 속 현지 국가들의 속내에서 비롯된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인허가권을 이끌어낸 은행들도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당장 현지 움직임이 없더라도 수년간 관계를 유지하고 반응을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인 탓이다.
현지에서는 지난 2월 자금세탁방지금융대책기구(FATF)가 미얀마를 금융거래 위험국가(회색 리스트)로 포함한 변수가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금융사의 진출부담이 커졌고, 장기간 공을 들인 우리 은행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신남방국가를 개척하려는 정부도 다르지 않다. 이들 은행의 전략을 거울삼아 보다 진득한 관점의 공략법을 그려야 승산이 있다.
금융부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