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1분기 자동차 판매와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의 악영향이 2분기에 한층 거세질 것이란 점에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3일 현대차는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90만3371대(도매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6%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는 GV80과 같은 신차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국내공장 생산 중단 등의 영향으로 11.6%, 해외는 중국과 인도, 유럽 등의 수요 위축으로 11.1% 줄었다.
현대차 본사.사진/현대차
매출액은 25조3194억원으로 5.6% 증가했다. 원화 약세와 신차·SUV 중심의 믹스 개선, 미국 시장 인센티브 축소로 자동차 부문 매출이 늘었고 앱티브 합작법인 현물 출자 관련 기타 매출이 발생한 덕분이다.
영업이익은 8638억원으로 4.7% 증가했다. 앱티브 합작법인 관련 일회성 이익이 1056억원 더해진 영향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4%로 지난해 1분기와 같았다.
경상이익은 관계기업 손익 악화와 외화 관련 손익이 줄면서 전년동기보다 40.5% 감소한 724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527억원으로 42.1% 감소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2분기 본격화했고 이에 따른 자동차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노출돼 급격한 V자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분기 수요 부진 심화가 예상되고 수익성 하락세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고정비 부담이 높은 차량 판매가 늘면서 손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현대차는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견조한 내수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더 뉴 그랜저와 GV80, 팰리세이드 등 수요가 높은 고수익 모델 중심으로 생산 유연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런 차종의 판매가 늘면 수요 감소에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반기 예정된 GV70, 싼타페, 코나, 투싼 등의 신차 출시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해외시장에서의 신차 출시 일정 변경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해외 시장은 대부분 3월 이후 수요 크게 줄었는데 2분기에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소매점 강제 휴업 등으로 큰 폭의 감소세가 전망되고 인도도 국가봉쇄령이 다음 달까지 연장되면서 감소폭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회복세를 보였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온라인 판매와 딜리버리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 안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회복 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친환경차도 수출 물량을 미리 확보해 수요 회복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1분기 말 현재 자동차 부문은 11조원 정도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해 글로벌 수요가 급감해도 연말까지 관리가 가능하다"며 "중장기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