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나라에서 재벌한테 은행 사업권을 준다고 해도 아마 이를 고사할 것이다. 매일 같이 금융감독원을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은 은행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좁게는 예금자의 돈을 맡고 있는 회사지만, 넓게는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대마'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 때문에 금융사 영업 방향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대출영업만 살펴봐도 금융사의 정체성은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박근혜정부 시절 은행의 대출영업은 가계대출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서는 기업대출(중기대출)로 방향이 바뀌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금융정책이 '초이노믹스'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규제를 완화한 사모펀드 역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해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중단'이라는 고강도 규제 강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 '이자장사만 한다'고 그러면서 반대로 비이자수익 늘리면 또 지적을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전업주의로 가면서도 해외 상업은행들처럼 다른 비이자수익도 증가시키라고 하니, 업권 내부에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어렵다"고 토로했다.
향후 금융사에 대한 정부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들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목소리가 한층 커진 가운데,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하면서 금융 관련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정 최고금리(연 24%) 인하,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법안 강화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융사 임원 선임에 대한 투명성이 확대되고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금융 정책이 만들어지는 추세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국회 몫"이라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인터넷은행법과 함께 엮어서 진행됐던 것처럼 향후 규제 관련 법안이 한쪽으로 치우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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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