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이 덮치면서 소비 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얼어붙었고, 신용카드 사용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오는 6일부터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는 정부 지침과 함께 과감한 소비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5일 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초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소비 위축 등으로 각종 경제지표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실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월 96.9에서 3월 78.4로 18.5포인트나 떨어지면서 CCSI 통계조사가 시작된 2008년 7월 이후 사상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4월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전달보다 7.6포인트 하락한 70.8을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12월 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넘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100미만이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6개월 전 대비 현재 경기 상황을 의미하는 4월 '현재경기판단' CSI는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한 31을 기록했고, 6개월 후 경기에 대한 예상인 '향후경기전망' CSI는 3포인트 내린 59로 집계되면서 향후 전망도 어두웠다. 두 지수 모두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소비 심리 위축은 신용카드 사용액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카드승인 금액은 66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다. 카드승인 건수도 16억5000건에 그치면서 1년 전보다 6.8% 줄었다. 메르스 사태가 정점에 달했던 2015년 6월과 비교하면, 그 당시 카드승인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9%로 둔화됐으나 코로나19 사태처럼 감소하진 않았다. 그만큼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는 의미다.
소비 심리 위축은 소비자들이 외출·여행 등을 자제하면서 운수업에서부터 큰 폭으로 나타났다. 실제 올 1분기 항공·철도 등이 포함된 운수업의 카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9.9% 하락하면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또 여행 관련 서비스업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7%로 줄었다. 이밖에도 숙박과 음식점업 11.0%, 교육서비스업 15.2%,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6.6% 등 1년 전보다 각각 감소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경제활동과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외출과 이동, 여행 자제, 해외관광객 감소,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 중심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 촉진 방안을 마련 중이나, 당분간 소비 둔화세 전망이 잇따르면서 좀 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5월 가정의 달 등을 이용해 소비 심리에 군불을 지필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정부는 이달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 소비 마중물 역할을 해 경제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영향이 더 퍼지지 않도록 하고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비 심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규모 경기부양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과감한 소비 촉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한 백화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