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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보험사 성과급 비판이 걱정스러운 이유

2023-04-04 06:00

조회수 : 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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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보험사들이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액수가 화제였습니다. 어디는 성과급만 연봉의 40%가 넘었다고도 하고요. 이런 성과급 지급 이야기에는 어김없이 '돈 잔치'라는 비판이 붙었습니다. 고객에게 보험료 걷어 성과급을 줬냐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정말 맞을까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보험사가 돈을 버는 방식에 고객에게 걷는 보험료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보험사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걷기도 하지만, 모아 놓은 돈으로 여러 투자를 합니다. 보험 장사로 돈을 버는 게 아닌거지요. 채권을 사거나 대출을 해주고 이자 이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작접 부동산 투자를 하기도 하고요. 직접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보험 사고 가능성을 낮춰서 손해를 막는 방법도 수익 개선 효과를 가져옵니다. 지난해 보험사 중 특히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이 눈에 돋보였는데요. 이들 모두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에서 손해율 개선의 효과를 봤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소득자일 것입니다. 근로소득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내 몫의 일을 하고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습니다. 만약 회사가 목표보다 높은 수익을 올렸을 때 근로소득자는 어떤 대처를 원할까요? 초과 이익에 대한 회사와의 이익 분배를 바랄 것입니다. 내가 높은 생산성을 발휘해 회사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성과급은 근로자가 작업을 해 얻어진 성과에 대해 지급하는 돈입니다.
 
보험사가 수익을 개선했고 그 대가로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이는 전혀 문제가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 회사가 수익을 얻은 결과로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성과급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판은 이러한 구분 없이 단순히 보험사의 높은 성과급 지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뤄졌습니다.
 
보험사 직원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근로소득자입니다. 물론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사에 대한 불신은 소비자들의 마음이 강퍅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보험사와의 분쟁을 보고 들었고, 또 겪으면서 일어난 것일테지요. 하지만 우린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의 비판의 대상은 누구여야 적확한가.
 
연일 보험사 성과급 비판 보도가 이뤄지면서 일부 보험사 직원들은 걱정이 한가득했습니다. 우리 회사도 이번에 성과급을 지급하려고 했는데 이런 비판적 반응을 이유로 삼고 성과급 지급을 취소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을까 하고요.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회사를 비판해야 합니다. 이익을 구성원과 나누지 않으려는 회사를 비판해야 합니다.
 
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임금근로자 실질소득은 1년 새 약 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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