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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토마토칼럼) 우리 군은 북한하고만 싸울 겁니까?

2023-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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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보고 있자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정부는 끝내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육사 밖으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과 함께 철거하려 했던 김좌진·이범석·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육사 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국방부의 철거·이전 논리는 오락가락했습니다. 처음엔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만 있는 것이 역사 교육의 균형성 측면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논란이 커지자 말을 바꿉니다. 홍범도 장군만을 콕 집어 소련공산당 가입, 자유시 참변 때의 독립군 탄압 역할을 부각합니다.
 
그러면서 “육사의 정체성은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인데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술 더 떠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개명과 관련해 “우리의 주적과 전투해야 하는 군함의 이름이 공산당원이라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홍 장군의 공산당 가입, 독립군 탄압’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사료에도 근거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한 기자가 국방부 대변인에게 홍 장군의 역사적 상황에 관한 질문을 하자 말문이 막혀 답변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을까요. 애당초 논리도 없이 억지 결론만을 내뱉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더 황당하게 느껴지는 건 주적에 대한 이야깁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군은 북한을 주적이라 지목합니다. 현재 한반도가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인 만큼 북한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은 일견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군의 적을 ‘북한’ 혹은 ‘공산당’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너무 편협하고 좁은 사고방식입니다.
 
군의 목적은 국토방위입니다. 적을 하나로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이야 좋은 관계지만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어느 국가가 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주적을 북한으로 명시하니 무기 구매, 전략·전술 계획 등도 모두 대북한용에 머무는 겁니다. 이는 불확실성이 많은 현대전에 부적합합니다. 우리 군은 북한하고만 싸울 겁니까.
 
게다가 지금의 주적 개념은 지나치게 정치적, 이념적입니다. 실제로 주적의 개념은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국방정책 방향성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군이 제발 현 정권의 전 정권 지우기에 동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항상 위협을 해석하고 대비하는 것, 그 역할에만 충실하길 바랍니다.   
 
유연석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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