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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K리그 감독 빼오기의 추억

2024-02-29 18:44

조회수 :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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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 임시 감독에 황선홍이 선임되는 과정은 많은 축구팬들의 한숨을 불러왔습니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27일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중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중간에 무산되긴 했지만 K리그 감독을 빼오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축협)가 감독 차출을 요구하면 K리그 구단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꽤나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저 규정이 회자되자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국가대표팀이 2014년 월드컵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탈락 위기에 몰리자 축협은 당시 전북 현대 감독이었던 최강희 감독(현재는 중국 리그 산둥 감독)을 빼와서 국대 감독으로 앉힙니다.
 
사실 저 강제 조항이 지금보다 반향은 좀더 적은 걸로 기억하지만, 그 때도 회자되긴 했습니다. 구단의 동의는 사실상 필요없기 때문에, 최강희의 동의만 있으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조중연 축협회장이 최강희에게 술을 진탕 먹이고 동의를 얻어냈다는 일화가 알려져있습니다.
 
2023년 10월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대 산둥 타이산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최강희 산둥 감독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처뿐이었습니다.
 
앞서 대표팀이 망가진 걸 땜빵하러 온 최강희는 월드컵 진출만 시키고 전북으로 다시 돌아갈거라고 해 후임 감독도 땜빵이 돼버렸습니다. 그 후폭풍은 홍명보 감독이 감당해야 했고 어렵게 진출한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집니다.
 
아마도 최강희는 클럽에서 하던대로 국대에서도 했을텐데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별 전술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자기들 스스로 전술연습을 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기성용 등 해외파와의 갈등도 유명합니다.
 
남겨진 전북은 수석코치인 이흥실이 감독 역할을 하고, 외국인 출신 피지컬 코치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팀이 점점 하락세에 접어듭니다. 직전에 리그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머쥐었으나, 후임들을 거치며 성적이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일본 J리그와 중국 리그에 대패하는 등 안타까운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이 다시 돌아와서야 팀이 정상궤도에 서서히 오른 바 있습니다.
 
이제 임시감독은 태국과의 결전을 치르고, 정식 감독이 올 것입니다. 국가대표와 구단 하나를 뒤흔들어버린 K리그 감독 빼오기를 다시 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게 경악스럽습니다. 정식감독을 토종을 하든, 외국인을 불러오든 그런 발상이 아닌 좀더 건설한 과정을 통해 데려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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