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과거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두고 현재까지 오는 동안 푸념들이 쌓여왔습니다.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이 그렇게까지 나서줬는데 나라는 뭐 했느냐, 나한테 뭐해줬냐. 사실은 별 효과 없었던 거 아니냐.
이런 푸념들의 결론은 "다시 IMF 오면 금 모으기 절대 참여 안 해줄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집니다.
하지만 그런 결론에 대해서 한 역사학자는 "꼭 금 모으기 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라는 취지로 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복을 지난 3일부터 국회 안팎에서 봐오는 거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후, 국민들은 앞다투어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할 수 있는 한 계엄군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무슨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신변에 위협이 생길 수 있는데도 그렇게 했습니다. 결국 국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무사히 통과시켰습니다.
국민의 이같은 염원은 그날 밤과 새벽 일회성에만 그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현재 2024년 12월6일 오후 2시 무렵 서울시청 부근에서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가 차로에서 집회 중입니다.
6일 오후 서울시청 부근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집회 중인 것이야 늘 보던 풍경이지만, 은근하게 주변 풍경은 달라졌습니다.
지나가던 행인, 시민들이 하나둘씩 집회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찍을 때의 표정도 어둡거나 찌푸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집회가 있을 때마다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무관심하거나 하는 풍경과는 색달랐습니다. 계엄에 저항하는 공기가 소소하게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비노조에서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습니다.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열심히 젓고 있습니다. 원래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는 하는 집회이지만, 계엄에 대한 언급과 함께 퇴진을 외치는 게 더 관심을 끌기에 좋은 상황이니 말입니다.
즉, 윤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집단행동에 대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지난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승리하고 있을 때 "아르젠티나"를 연호합니다. 우리나라가 1번 겪은 구제금융을 22번, 채무를 못 갚는다는 디폴트는 9번 겪은 나라입니다. 나라가 9번, 22번을 망해서 내가 죽겠어도 나라 사랑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내가 살기 팍팍해도 나라가 위험에 처하면 나서는 나라 사랑은 계속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금 모으기는 이뤄졌고, 아직도 금은 모이는 중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