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재명표 기본소득이 좌초 위기에 빠졌습니다. 최근 이 대표가 조기 대선과 지지율 확보를 의식, 기본소득 의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기도지사 시절 연천군 청산면을 대상으로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추진했더니 오히려 청산면 인구가 준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 대표의 기본소득이 좌초 위기에 빠지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사효과를 누리는 분위기입니다. 김 지사는 기회소득,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으로 이 대표와 정책차별화에서 나선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촌기본소득 실험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던 2021년 3월4일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 하며 닻을 올렸습니다. 농촌기본소득은 군 지역의 1개면을 지정, 그곳 주민에게 월 1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주는 겁니다. 농사를 짓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이 지사는 농촌기본소득을 통해 전국민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 넓히고 농촌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야침찬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이 대표는 20대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내려놨지만, 도청은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계속 추진했습니다. 연천군 청산면을 대상지역으로 선정, 2022년부터 5년간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키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농촌기본소득 실험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지난해 8월3일 당대표 경선 전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도 "청산면에 15만원씩 기본소득을 줬더니 계속 줄어들던 인구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범사업이 반환점을 돈 지금은 효과는 지지부진합니다. 사업 첫해만 인구가 '반짝' 증가한 겁니다. 실제로 2022년 12월 말 청산면의 인구는 4217명으로 전년 3895명보다 322명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12월엔 4176명, 지난해 12월엔 4068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기간 감소율은 3.5%(149명)입니다. 같은 기간 연천군 인구가 2.8%(4만2062명→4만865명)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인구 감소는 더 두드러집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농촌기본소득 정책효과를 분석할 때 주택 부족이나 지역화폐 사용 제한 등 인구 유입 제한 요인을 고려해 개선점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월27일 경기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설 대처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기본소득 정책에 힘이 빠지는 건 농촌기본소득 실험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대표가 조기대선을 대비해 지지율을 확보하려고 기본소득 이슈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을 재검토하느냐'는 질의에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이 가장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면서 "우선순위에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당내 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도 물러나기로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기본소득이 좌초하자 김 지사와 오 시장 등 다른 대권주자들이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분석이 나온 점입니다. 두 사람은 진작부터 각자의 소득정책 브랜드를 띄우고, 기본소득과 차별화에 나선 바 있습니다.
김 지사는 정책은 기회소득입니다.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집단에게 돈을 주는 겁니다. 경기도는 2023년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과 중증장애인에게 기회소득을 지급했고, 지난해부터는 농어민, 아동돌봄공동체, 친환경 실천 도민, 중위소득 120% 이하 체육인도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 시장이 내건 정책은 디딤돌소득입니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별로 돈을 차등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오 시장은 디딤돌소득을 고리로 해서 이 대표의 기본소득 철학을 공격해 왔습니다. 지난 1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이 대표는) 기본사회위원장직 사퇴쇼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사회 시리즈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함께 밝히기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