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느 순간부터 한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꼭 따라붙어 다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저성장' 세 글자입니다. 저성장은 기본 옵션이 됐고 '저성장의 덫'이냐, '저성장의 늪'이냐 등 뒤에 붙는 단어가 선택 옵션이 됐습니다.
어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또다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작년 11월에 제시했던 2.0% 전망치에서 무려 0.4%포인트나 낮춘 1.6%로 내다봤습니다. 이유는 우리가 다 아는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소추 등 정국 불안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러온 관세 전쟁이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사실 한국 경제성장률에 경고음이 울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저성장을 경고하는 정부와 민간, 학계 등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정국 불안 여파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니 더욱 조명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정국 불안 여파가 올해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세를 예고하는 소식이 바다 건너 들려옵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1.6%로 끌어내린 가운데, JP모건은 1.2%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는 2023년 1.4%과 지난해 2.0%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잠재성장률(2%)을 밑돌거나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에도 한참 밑도는 1%대 저성장에 머문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의 생산성 자체가 떨어져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는 저성장을 우려하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 호황기를 거치며 고도 성장을 누렸던 한국 경제의 오늘날 키워드가 '저성장'이라니,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이젠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라도 막아야 할까요.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