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로 4연임했습니다. 두 차례 선거 파행에도 정 회장은 오히려 그 기간을 활용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축구팬으로서 참 답답했습니다. 믿을 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뿐입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 후 인터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 회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 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학과 초빙 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당선됐습니다.
1차 투표에서는 총 유효튜표(182표) 가운데 156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뽑혔습니다. 야권 후보인 허 후보는 15표, 신 후보는 11표에 그쳤습니다. 무효표는 1표입니다. 결과에 따라 2029년까지 정 회장은 축구협회 수장을 맡게됩니다.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정부의 중징계 요구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압승이었습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90%가 넘게 현장을 찾아 투표했는데, 이 중 85%가 정 회장에 표를 던졌습니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지난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외교적으로 강점이 있는 데다가 기업 총수인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 거란 기대감을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여러 축구인을 만나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며 "이번처럼 심층적으로 경기인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서비스 단체인데, 그분들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반은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남은 건 문체부 뿐입니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지난달 11일 문체부 처분에 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 이를 법원이 인용하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됐습니다. 이후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은 예정대로 26일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정 회장이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문체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서 축구협회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문체부의 입장은 강경한 상태입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3월 둘째주 경 나올 예정인 항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한축구협회와 선거인단들은 지금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더이상 축구팬들은 기다리지 못합니다. 이제라도 권력 유지가 아닌, 축구 발전을 위한 생각을 해야할 때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