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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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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안 지키는 엄마

2025-02-28 19:16

조회수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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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꼭 참관 수업 오는 거예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언젠가 했던 말이었죠. 자신이 무엇을 발표한다면서요.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엄마는 "응 알겠어"라고 말을 하곤, 까마득히 잊어버렸습니다. 아들과의 약속을 말이죠. 얼마 안되는 발표 시간이었겠지만 아들의 중요한 순간이 제 일과 속 중요도에서 밀렸습니다. 매일 보는 아들이기에 집에서 보면서 달래면 되겠을 것이란 마음이었죠. 하지만 가볍게 여겼던 제 생각과 달리 아들은 잠들기 전까지 입을 내밀고 툴툴거렸습니다. OO이는 엄마, 아빠가 모두 왔다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우리 엄마는 약속을 안 지켜"라고 아들은 종종 말합니다. 놀이터에서 놀기로 해놓고 늦게 들어왔다고도 툴툴거리고요. 그러면서도 "엄마, 우리 이번주에는 OO 놀러 가요. 약속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엄마가 약속을 잘 안지킨 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는 듯 새로운 약속을 걸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약속을 안 지키는 엄마(?)가 곳곳에 널렸습니다. 최근 만난 중고폰 사업자들도 엄마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저처럼 약속을 안 지켜 속상한 마음이 드나 봅니다. 지난해 7월31일 중고폰 인증제가 시작된다는 정부 방침에 이들 사업자는 데이터 삭제 프로세스 구축, 개인정보 삭제 확인서 발급, 단말기 성능진단 서비스를 들여놨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고폰 인증제 시행은 그해 11월에 진행된다, 연내 진행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 멈춰있습니다. 다른 주요 현안에 밀린 탓이죠. 정부는 국무조정실에서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답했지만, 조기 대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탓에 결정이 쉽사리 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준비를 완료했지만,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가장 우려하는 점은 제도 자체가 무산되는 것입니다. 시장 활성화는 둘째치고, 투자한 비용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죠. 
 
중고폰 매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약속을 안 지키는 엄마를 저도 어렸을 적 원망했던 거 같습니다. 엄마의 세계가 넓다는 걸 모르고 말이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엄마에게 말한 제 이야기는 어린 저한테 가장 중요한 얘기였습니다.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업자로서는 가장 중요한 얘기를 정부에 하고 있을 테죠. 약속을 안 지킨다는 '오명'을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아들이 말한 약속은 아들한테 제일 중요한 일일 테니까요. 세상에 약속을 잘 지키는 엄마(?)들이 늘어나길 바라면서요.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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