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번째 주말,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물가 안정'이라는 키워드가 곳곳에 보였고, '전단보다 싸다'는 문구가 강조된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주려는 듯한 홍보였지만, 실제로 계산대에서 결제할 때 받은 영수증은 그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오렌지 10개, 참외 한 봉지, 아몬드 한 봉지를 담았을 뿐인데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이 찍혔습니다. 물가 안정이라는 메시지에 안심하고 선택한 제품들이었지만, 결국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들의 가격은 이미 오르고 있었습니다. 계산대에서 결제한 금액을 보며, 물가 안정은 실감할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생활물가 상승이 끝이 없습니다. 연초부터 오르던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라면, 만두, 햄, 빵, 커피, 맥주까지 일상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품목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신라면,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합니다.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으로, 새우깡은 1400원에서 1500원으로 가격이 오릅니다. 지난해 정부의 권고로 가격을 내렸던 것이 다시 원상 복구되는 셈입니다.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서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두와 햄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의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는 8980원에서 9480원으로 오르고, 스팸 클래식(200g)은 5080원에서 5580원으로 9.8% 인상됩니다. 동원F&B도 이달부터 냉동만두 15종 가격을 평균 5% 올리고 있습니다. 빵과 케이크 가격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SPC그룹과 뚜레쥬르, 삼립이 제품 가격을 5~6%씩 인상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네스프레소, 배스킨라빈스, 스타벅스, 폴 바셋, 할리스, 파스쿠찌 등 주요 커피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더벤티마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벤티 사이즈) 가격을 200원 올리고 있습니다. 맥주 가격도 예외가 아닙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캔(500㎖) 가격을 400원 올렸고, 병 제품(640㎖)은 900원 인상됐습니다. 편의점에서 한 캔에 49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인상 흐름을 막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 기조, 인건비 증가 등의 요인이 겹쳐 기업들이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막는 데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라며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조정하고, 총 56개 라면·스낵 브랜드 중 17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