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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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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도 신도시 나름

2025-03-13 19:44

조회수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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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대곡역 인근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신도시도 신도시 나름이에요. 사실상 분당 아니면 다른 세상 이야기죠"
 
지난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를 앞두고 취재 차 찾았던 고양시 일산 마곡동 인근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이전인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수도권 4곳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이 4곳에 들어갔던 대곡역세권 인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결국은 집값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일산은 분당과 함께 신도시를 대표하는 그 자체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대 대중교통망 확장이 느렸고, 무엇보다 서울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면서 차츰 쇠퇴했습니다. 일산도 분당처럼 서울과 지척인데 왜 그렇게 집값이 폭락하느냐고 묻는 분도 많습니다. 이에 한 일산 시민이 명쾌하게 답을 내놓았는데요. 
 
"서울과 가까울 뿐 서울과는 완전 다른 도시입니다. 일산 시민들 대부분은 서울로 출퇴근할 거예요"라며 "그런데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이 너무 한정적입니다. 도로교통은 자유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요. 대중교통도 여전히 지하철 3호선이 전부입니다. GTX요? 글쎄요.. 일산은 자족기능을 완벽하게 잃어버렸습니다. 아, 애초에 없었던 도시인데 '신도시'라는 미명에 사로잡혔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데도 그린벨트 해제를 하며 거의 1만가구(정확히는 9400가구)를 또 공급하겠다니, 일산 시민들은 애가 탈 법도 합니다. 한 떄 미디어와 콘텐츠 관련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뻔도 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일산은 '자족기능'과는 거리가 먼 도시가 됐습니다. 
 
이제 수도권은 1기 신도시를 넘어 3기 신도시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서울로의 이동 편의성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일할 맛 나는 자족도시를 꿈꾸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일산의 사례에서 보듯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요.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당 신도시가 끊임 없이 도약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강남과 가까워서요?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 IT 산업을 대표하는 지구가 된 판교가 가깝다고 하는 게 맞겠죠".
 
"일자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도시가 살아남을 겁니다. 그런데 인구는 계속 줄죠. 사람들은 서울에서만 살려고 하죠. 그런데 서울 주변에 신도시는 자꾸 늘어갑니다. 30년을 자리 잡은 신도시도 이렇게 쇠퇴하는데 걱정이 안될 수가 없네요"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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