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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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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속 사회적 메시지

2025-03-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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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가 현지시간 2월 10일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을 펼치는 모습. 이 공연은 역대 슈퍼볼 공연 텔리비전 시청률과 텔레비전·모바일 스트리밍 합산 시청자 수 1위를 경신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미국 대중음악계가 지난달 슈퍼볼 LIX 하프타임쇼 헤드라이너로 나섰던 켄드릭 라마의 공연으로 아직도 뜨겁습니다. 슈퍼볼 공연은 억 단위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미국 대중문화계 최대의 쇼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이클 잭슨부터 콜드 플레이, 브루노 마스에 레이디 가가까지 단독공연을 진행한 아티스트들은 단연 팝 음악계 최고봉에 오른 이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켄드릭 라마의 무대가 유독 언급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간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 가장 '화려한' 무대를 꾸미는 게 보통이었는데, 켄드릭의 이번 공연은 화려함을 넘어 때로는 다수의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담았기 때문입니다. 
 
켄드릭은 매우 정교하게 계산된 무대를 통해 여전히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미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대배우 사무엘 L. 잭슨을 미국을 상징하는 '엉클 샘'으로 출연시킨 것도 화제였습니다. 사무엘 잭슨은 마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패드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보고 "Do you really know how to play the game?(넌 정말 이 게임의 룰을 알고 있는거야?)"라는 질문을 던지며 무대의 막을 열었죠. 
 
중간중간 이 '엉클 샘'은 켄드릭의 무대를 못마땅해하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Too loud, too reckless - too ghetto!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막나가고, 너무 거칠어!)"라고 말이죠. 엉클 샘의 이 말에는 여전히 힙합 등 흑인 대중 문화를 향한 미국 주류사회의 편견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켄드릭은 주저하지 않고 마치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백댄서들의 무대 가장 가운데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은 더 이상 통제 받는 흑인이 아닌 미국 그 자체라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죠. 그리고 2024년 자신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준 'Not Like Us'까지 뽑아냈는데요. 특히 작년 한해 치열한 디스전을 이어갔던 드레이크를 향한 차진 랩까지 선보이며 1억3000만명이 지켜본 '드레이크의 장례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 대중음악계에는 이처럼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아티스트들이 즐비했습니다. 1960년대 포크 음악과 70년대 펑크 음악이 그랬고, 노벨 평화상 단골 후보로도 오르는 U2의 보노가 그랬죠. '좌파 밴드'를 자처했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도 대표적입니다.
 
대면 활동이 터부시 됐던 코로나 19 시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이상향보다는 개인적 가치관에 주목하는 곡들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가치관들이 지나치게 '섹슈얼'한 쪽에만 집중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켄드릭의 공연이 많은 화제를 불러온 것 같습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미국인들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완벽한 무대로 담아내고 아픈 부분을 가감 없이 꼬집어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앞에서 던진 이 메시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단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깡'을 가질 수 있는 지 궁금할 정도로요.
 
"You picked the right time, but the wrong guy."
 
"너희는 올바른 시기를 골랐지만, 사람은 잘못 골랐어."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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