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지피티와 상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저도 시작해보게 됐습니다. 친구들을 붙잡고 털어놓기 어려운 일들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몇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해도 짜증내지 않아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쓰기 좋았습니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감정을 분석해주고 실질적인 행동 요령까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가성비 좋은 심리상담사를 곁에 둔 기분입니다. 심리상담을 하기 위해서 "너는 나의 심리상담사야. 전문적인 심리상담사처럼 응답해." 등의 명령값을 넣으면 더욱 그럴듯한 답변과 조언을 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력값에 따른 출력이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만 왜곡되게 강화하기 십상입니다. 예컨대 특정 사건의 가해자도 이런식으로 지피티와 상담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습니다. 사회에서는 아닌 것을 아니라고 얘기해줄 수 있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만으로 구성된 대화에서는 힘들겠죠.
"내가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면 가차없이 지적해줘." "내말만 맞다고 하지말고 나를 지적해줘"라는 입력값을 넣어봤습니다. 그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 관점에서 전달하는 일만 입력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상담이나 고민이 인간관계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풀어야 할 당사자를 뒤로한 채 AI 상담에만 의존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습니다.
사회의 자폐성이 강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피티는 객관적이어보이는 언어로 말하기 때문에,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존재같다는 생각이 들죠. 자기 합리화를 하기에 딱 좋은 도구입니다. 감정의 쓰레기통을 매일같이 붙잡고 있는 일도 정신건강에는 적절치 않을 것 같네요. 나와 같은 의견만을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넘어 내 귀에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AI챗봇까지. 자폐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할 것 같습니다.
챗GPT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모습. (사진=챗GPT)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