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이 아직도 꺼지지 않고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연일 산불이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한 가축, 반려동물의 목숨도 빼앗아갔습니다.
27일 경북 안동시 원호리 일직면 일대에서 산림청 진화 대원들이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을 흔히 집사라고 부릅니다. 집사들끼리 모여서 자주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불 나면 나는 고양이부터 가장 먼저 챙길 거야. 그 다음엔...” 모두가 같았습니다. 고양이를 가장 먼저 챙긴 뒤에 무엇을 챙길지 고민하는 식이었습니다. 끔찍하지만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산불이 강풍과 함께 급격하게 번지면서 그러한 시간도 주지 못했나 봅니다. 많은 이들은 미처 반려동물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목숨도 겨우 챙기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탈출하지 못한 반려동물과 기르던 가축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물보호단체가 나서서 산불 속에서 떨고 있는 동물들을 구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산불 초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동물구호단체는 두고 온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아 출동을 했지만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를 얘기했더니 사람 목숨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판국에 동물을 운운하느냐며 호통을 들어야 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사람 구조가 우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 구조한다고 해서 사람 구조에 피해를 주는 건 또 아닐 것입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서 사람도, 동물도 최대한 구하면 좋겠죠. 물론 그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또 발생하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하겠지만요.
재난 상황만 되면 동물은 쉬이 뒷전이 돼버립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반려동물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가족처럼 여기는 이들이 급증했는데도 말이죠. 긴급 대피 시 반려동물도 함께 할 수 있는 매뉴얼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