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니얼 열풍이 지속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는 모습입니다. 반짝하는 유행에 그칠 줄 알았던 할매니얼이 반경을 넓혀가며 2030세대에게 흡수되고 있습니다.
(이미지=챗GPT)
할매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할머니 세대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합니다. 의류, 악세사리, 음식, 취미 등 여러 분야에서 할매니얼이 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꽃무늬 옷을 입고 흑임자 라떼를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할매니얼 상품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할머니들의 전유물이었던 주름 옷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입는 대로 늘어나는 주름 옷은 편하고 가벼워서 할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옷이었습니다. SBS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만 봐도 어머니들이 주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도 주름 옷을 즐겨 입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연령대가 맞지 않는 이들이 입으면 나이가 들어보일 수 있다는 편견이 제게 있었습니다.
그러다 SNS에서 주름 옷을 세련되게 코디한 인플루언서의 모습을 보고 저도 입어보게 됐습니다.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주름 옷은 할머니 감성이 더해져 입는 재미가 있는 옷이 됐습니다. 주름 옷을 입을 때마다 왜인지 모르게 세대 공감이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름 옷은 최근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주름이 촘촘히 잡힌 옷은 내 몸을 구속하지 않았습니다. 살이 빠지든, 살이 찌든, 무얼 먹든 옷에 내 몸이 갑갑해지지 않았습니다. 늘 많이 먹으라며 걱정해주시는 할머니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디에나 어울리고 몸의 곡선을 살려주는 옷을 입으면 할머니와 패션으로도 교감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조여서 몸을 드러내는 옷을 벗고 편안한 주름 옷을 입으니 마음까지 편안해졌습니다. 할매니얼의 유행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었습니다. 팍팍해진 세상에서 할머니 시간에 머물 수 있는 쉼을 주었습니다.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이 느껴본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할매니얼은 서로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이들이 서로 느슨하게나마 손을 잡을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