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지난달 21일 발생해 213시간 34분동안 지속된 영남지역 산불은 사상 최대·최악의 피해를 냈습니다. 재산 피해액은 2조원대로 추정되며, 지역별 사망자 수는 경북 영덕 9명, 영양 7명, 청송 4명, 안동 4명, 의성 2명, 경남 산청 4명입니다.
산불 피해 면적은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11곳에서 4만8238㏊로, 서울 면적(6만520㏊)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재민은 가장 많았을 때 1만9406명까지 발생했고, 대피 주민 가운데 3799가구 6323명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리에서 산불 피해 주민이 전소된 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불 피해 상황을 뉴스로 지켜보며, 마치 제 일인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 역시 기후재난의 피해자가 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중부권 폭우 사태는 신대방역 인근에 살던 저의 반지하 방을 완전 침수시켰습니다. 당시 제게는 앞날을 살아갈 자신도, 자원도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개인 모금을 열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 게시글이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해지더니 하루 만에 960만원에 이르는 마음이 모인 겁니다. 가산 복구에는 700만원이 들었고, 남은 200만원은 또 다른 수재민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움으로 부족함 없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겁니다.
그 일 이후 제 마음 속에는 '사회적 빚'이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누군가가 기후재난 등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절대 외면하지 않으리라 다짐한 겁니다.
저는 이 다짐을 잊지 않고, 이번 산불 피해에 1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사회적 빚을 갚기 위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누기 위한 실천입니다. 동료 시민들이 일상을 굳건히 이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너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 같이가치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겁니다. 차후에는 봉사 프로그램도 열린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각자의 역할을 계속 모색하고 도모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한민국은 조금 더 정답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겁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