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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늘어나는 이민 희망자 "비싼 주거비도 요인"

20~40대 젊은층 이민 희망 증가…"급격히 오른 집값 부담 크다"

2016-03-09 16:20

조회수 :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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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하나(35·여)씨는 2년 전 결혼 이후 매달 20만원씩을 따로 모으고 있다. 결혼 전 남편과 의논해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후 쯤에는 이민을 가기로 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월급이 오른다고 해도 지금의 생활수준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힘들어서다. 전셋집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이자만 매달 40만원이 넘게 나가는데다 각종 생활비 등을 빼면 저축액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나중에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더욱 지출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 이민 관련 박람회장이나 상담 컨설팅 업체에는 연일 이민 희망자들이 넘쳐난다. 그동안 자녀의 교육 문제 등으로 한국을 떠났다면 최근 이민자들은 삶의 여유를 찾기 위해 이민을 택한다. 특히,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에 따른 주거비 부담도 이민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한 이민박람회는 이달 말 개최를 앞두고 예약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다양한 이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미나의 경우 5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참가비가 들어가지만 신청자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한국전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민을 계획하고 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올해도 많은 문의와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등 이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실시된 한 유학·이민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올해 초 한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8명은 이민을 떠나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민 희망자는 30대가 82%로 가장 많았다. 20대와 40대도 각각 80%와 72%로 나타나 젊은층에서 이민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은 박씨처럼 이민자금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민을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이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여유를 갖기가 힘들어서다. 특히, 최근 급격히 오른 집값과 전셋값에 늘어난 주거비 부담도 한 이유다.
 
캐나다 이민 컨설팅업체를 운영중인 김경민 대표는 "과거에는 자녀들 교육을 위한 이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민이 크게 늘었다"며 "국내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노후에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란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담자들 중 상당수가 월급 상승률은 적은데 각종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면서 "최근에는 집값에 전셋값까지 크게 오르면서 맘 편히 살 집 마련도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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