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성재용

곳간 빈 건설사들 "돈 될 만한 것들 다 팔자"

보유자산 매각 행진…정상화 발판 마련

2016-04-27 15:51

조회수 : 4,115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건설사들의 보유 자산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업황 부진에 이를 발판삼아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산 매각을 통한 일시적인 실적 개선 효과보다는 내실경영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회복기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자산 매각 및 사업부 분할 등을 추진한 두산건설(011160)이 올해 1분기 5개 분기 만에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매각 진행 중인 자산과 사업부문 등을 통해 4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감축할 방침이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1338억원가량의 부채를 상환하면서 올해 1분기 부채비율(192%)이 작년 말(199%)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반면, 유동자산은 늘어났다. 작년 말 1조6881억원이었던 유동자산은 1분기 1조8414억원으로 1553억원 증가했다.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이 유입된 결과다.
 
최근 두산건설은 강원 춘천시 소재 라데나CC를 매각했으며, 핵심 사업부 중 하나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와 신분당선 지분을 매각 중이다.
 
작년 말 기준 2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HRSG 사업부의 매각가는 업계에서 최대 40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으며, 최근 진행한 본입찰에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 등 두 곳이 참여해 인수 경쟁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119억원)이 84% 늘어난 코오롱글로벌(003070)도 신규수주의 매출 영향도 있지만, 자산매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김천에너지서비스와 코리아이플랫폼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면서 2014년 593억원에 달했던 금융비용이 3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때 5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이 350% 수준으로 내려왔고, 순차입금 비율도 117%로 작년(143%)에 비해 30%p가량 개선됐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2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줄이면서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렸다"며 "신규수주 규모도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영업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역시 1분기 작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든 한라(014790)는 연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매각을 추진 중이다. 2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002억원이며 3분기 1631억원, 4분기 1024억원 등 연내 3600억원 이상이 예정됐다.
 
이에 한라 측은 동탄물류단지와 제주 세인트포CC 등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NICE신용평가 관계자는 "한라가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을 모두 파는 등 과도한 차입금을 줄이는데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며 "시급한 유동성 문제는 없지만 차입금의 80%가 올해 만기도래한다는 점이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566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을 위해 인천 송도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매각주간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측은 "현재 매각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가격을 비롯한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액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경우 강동구 상일동 본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의 장부가는 3500억원으로, 자산매각이 완료되면 재무건전성 강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금조달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자산매각을 단행한다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빚 규모를 줄였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해당 건설사가 그만큼 영업으로 남는 돈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차입금 규모가 크다는 것은 재무건전성이 한 순간에 악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빚을 줄이기 위해 자산까지 매각하는 것은 영업환경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반증"이라며 "매각을 통한 일회성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착시 현상을 불러올 것이 아니라 내실 경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밑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의 자산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알제리 Koudiet 가스화력발전소. 이곳에는 두산건설이 매각 중인 배열회수보일러가 적용됐다.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 성재용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