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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현장에서)서민 외면하는 서민금융진흥원

2016-05-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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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했던 '서민금융진흥원'이 9월 공식 출범하게 됐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기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한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것 외에 별다른 지원책이 없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신용회복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되고 혜택도 늘어난 것 같지만, 착시효과일 뿐 서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볼품없는 서민금융정책이 포장만 그럴싸하게 한 것처럼 말이다.
 
우선 협약체결 대상기관 확대 방안이 그 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신복위 협약체결 대상기관을 기존 3651개에서 4600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전보다 협약 기관이 1000개 가량 늘어난 만큼 채무감면을 받을 수 있는 대상도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의 취약 계층이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경우 100여개가 추가되는 데 그쳤다. 기존에 가입된 대부업체 300곳을 더해도 총 400개인데, 현재 국내 대부업체 수는 8000개가 넘는 실정이다. 전체 대부업체 중 5%에 해당하는 곳에서 돈을 빌린 사람만이 신복위의 채무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나머지 95%는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원금과 이자를 고스란히 상환해야 한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되는 '햇살론'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이나 무직자는 햇살론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보증을 서주는 서민대출인 만큼 신원 확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 경우 햇살론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햇살론은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 저소득 서민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실제로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김영환 국민의당 의원이 받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까지 햇살론 지원실적 14만7583건 중 최저 신용등급인 9등급과 10등급 이용비중은 0.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햇살론 도입 초기였던 2010년에는 9등급 이하 대출비중은 4%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9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햇살론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말이 햇살론이지 서민들에게 근심의 그늘만 드리운 암흑론과 다름없다.
 
결국,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서민금융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결론이 나온다. 서민금융이면 그 취지와 이름에 맞게 제도권 금융상품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상황에 맞는 제도가 신설돼야 한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위주의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수요자의 특성에 맞는 대출상품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출 지원자의 소득이나 신용등급 등 정량적인 정보 뿐 아니라 대출이력과 대출거절 경험, 대출용도 등 정성적 정보를 아우르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해당 지원자와 금융상품을 연계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돈을 빌려주거나 빚을 탕감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직업교육이나 재취업교육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근복적으로 소득원이 생겨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악성 채무의 늪에 또다시 빠지는 일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남은 기간동안 금융당국은 서민금융기관의 이름 만 바꿀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서민을 이해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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