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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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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재벌저격' 아닌 '재벌개혁' 돼야

2016-09-05 16:05

조회수 : 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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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올해 한국경제의 주요 키워드는 단연 '개혁'이다. 올 초 '노동개혁'이 주류를 이뤘다면, 이후 '산업개혁(구조조정)'을 거쳐 하반기에는 정기국회 개원과 함께 '재벌개혁'이 주된 바람이 될 전망이다.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부조리한 폐단이 쌓였다는 뜻이다.
 
특히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지형이 짜여진 데다, 재벌들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사정 바람이 거세지는 상황이어서 재계의 긴장감은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이번 정기국회가 내년 대선 전초전의 성격마저 띠면서 각 당의 표심얻기 전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계는 김영란법에 발도 묶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이후 첫 두 달간 나온 의원 발의 법안은 총 1131개다. 이중 규제강화 법안이 457개, 규제완화 법안은 140개다. 규제강화 법안이 규제완화 법안보다 3배 이상 많다. 전경련은 이를 빗대 "규제온도가 영하 53.1도"라고 했다. 규제 한파에 대한 저항감도 높지만 이를 대놓고 표출하기도 어렵다.
 
20대 국회의 경제 입법은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상법 개정안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골자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34개 경제민주화 중점입법 과제를 보면 대기업 지배구조와 연관된 법이 다수다.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상징처럼 여기는 김종인 전 대표는 이미 7월에 다중대표소송제,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선출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대 국회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도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달 9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30%만 되면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토록 하는 등 김 전 대표의 법안보다 더 강력하다. 채 의원은 또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노동계를 지지세력으로 하는 정의당도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선도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 단초인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만만치 않다. 재벌기업에 호의적이던 새누리당도 여론과 내년 대선을 의식, 재벌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 정도면 재계의 걱정이 하늘을 찌를 만 하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재벌의 불법·편법 승계와 0.1%도 되지 않는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현 재벌 구조의 문제점은 본질부터 고쳐야 마땅하다. 재벌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자본주의의 뼈대인 공정경쟁은 사라졌고, 이익을 위해 골목상권까지 침해하는 일도 다반사다. 부의 집중 속에 우리사회는 비정규직 문제와 양극화, 불평등,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다만, 재벌개혁이 재벌저격이 돼선 안 된다. 법치를 기준으로 다가서야 한다. 표심을 의식해 의도성을 갖고 살의를 품은 저격은 모두에게 해롭다. 재벌들도 정치권의 사정 바람만 탓할 게 아니라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여론을 얻는 길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언제나 피해는 국민 몫이었다.
 
박진아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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