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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건설현장 1년차 청년 "적정임금만 준다면 매력적인 일자리"

피터 필립스 교수 "적정임금제 도입, 생산성·안전성 향상"

2016-11-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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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수원 호매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37·남)씨는 10년 이상 요식업에 종사하다가 형틀목수로 이직했다. 현재 1년차인 김 씨는 목수라는 직업이 만족스럽다. 아들과 부인, 본인까지 3식구가 불편함 없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단협을 통해 형틀목수 기능공 일당이 18만5000원으로 개선된 이후 나타난 변화다. 김 씨는 "건설업은 적정임금만 준다면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국내 건설현장에 청년층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적정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매년 수천명이 부상을 당하는 산업재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5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적정임금제 도입, 다단계하도급 개선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 적정임금법 전문가인 피터 필립스 유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적정임금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피터 필립스 교수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할 경우 인건비 등 비용이 더 들고 공사 발주 시 입찰자 수가 줄어들까 우려가 많지만 연구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적정임금제 도입 후 생산성이 향상되고 산업재해가 감소하는 등 현장에 대한 안전성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전체 51개 주 가운데 30개주가 적정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적정임금에는 건강보험, 연금, 휴가수당, 교육훈련 등 근로자에 대한 각종 혜택도 포함된다.
 
필립스 교수가 미국 내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주와 그렇지 않은 주를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주가 현장 안전성과 생산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 1인당 862달러를 교육훈련에 투자한 반면 그렇지 않은 주는 315달러에 그쳤다.
 
필립스 교수는 "적정임금제를 도입했을 경우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10만명 중 12명으로 나타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14.6명으로 20% 더 많았다"며 "필립스 교수는 적정임금제 도입을 통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가 산업재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근로현장에서 연간 700여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반면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시장 규모가 6배나 크지만 연간 사망자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필립스 교수는 "한국은 연간 700명 수준인 사망자수를 150명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며 "임금 수준을 높이고 교육훈련을 강화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정임금제 도입으로 비용을 더 들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산성도 향상됐다.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경우 근로자 한 명의 시간 당 부가가치는 75달러인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68달러로 차이를 보였다.
 
다만 필립스 교수는 단기간의 공사로 교육훈련이 필요치 않은 발주처는 적정임금제 도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높게 느껴질 수 있다며 적정임금제의 단점도 언급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건설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생활보장과 고령화 되고 있는 현장에 청년층 유입을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최승근기자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적정임금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김문중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실장은 "건설근로자 처우 개선 취지는 공감하지만 모든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 근로자만 적정임금을 도입할 경우 산업간·직종간 임금 격차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균 대한건설협회 기술정책실장은 "적정임금제 도입 시 공공공사에서 연간 약 7조원의 공사비 증가가 예상된다"며 "사업 예산 증가와 타 산업 근로자와의 형평성,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국부유출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훈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건설업 취업자 임금은 제조업 임금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고 퇴직공제금의 보장수준도 타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며 "건설업에 대한 청년층의 진입을 촉진하고 숙련된 기술 인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정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희 국토부 건설경제과장은 "숙련 기능 인력 중심의 시장 형성 및 내국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타 산업과의 형평성이나 건설업계의 낮은 수용성 등을 감안해 제도 도입 전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건설근로자가 적정한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직종별 숙련도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건설기능인 등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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