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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하이트·롯데, 실적 반토막…가격인상 '고민'

맥주 부진 속 수익성 악화…가격정책 변화 '촉각'

2016-11-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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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하이트진로(000080)와 롯데주류의 실적이 일제히 하락하며 맥주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과일소주의 판매가 급감하고 수입맥주의 공세와 달라진 음주문화 등으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하이트진로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매출액은 48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5% 줄었고, 영업이익은 277억원으로 42.4%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83억원으로 66.1% 쪼그라들었다.  
 
맥주사업의 부진이 뼈아팠다. 3분기까지 하이트진로의 소주 사업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7% 늘어난 10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7627억원 같은 기간 7.9%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맥주 사업 누적 영업손실은 221억원으로 1년만에 다시 적자적환했다. 매출도 6.4% 줄어든 5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오비맥주에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고민거리다.
 
지난해 과일소주로 재미를 봤던 롯데주류도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주류의 올 3분기 매출은 599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53억원) 줄었다. 2012년 6272억원에서 지난해 8208억원으로 성장하던 매출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특히 올해 신제품을 줄줄이 쏟아낸 데 따른 마케팅비 증가로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3분기 영업이익은 2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198억원) 급감했다. 
 
클라우드 맥주의 판매가 소폭 감소했고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순하리 처음처럼'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양사의 실적 부진을 두고 업계에선 결국 오비맥주를 뒤따르는 맥주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성장 모멘텀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인상 시기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선뜻 가격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사정도 존재한다. 하이트진로 역시 4년째 동결된 맥주가격으로 인상의 명분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1위 사업자인 오비맥주가 최근 맥주가격을 인상한 만큼 인상 시점을 늦추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것이라는 내부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성급히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기 보다 우선 맥주시장 점유율 회복의 기회로 삼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롯데주류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가격인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안이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라면서 "아직 내부 검토중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롯데주류 '클라우드'는 프리미엄 맥주를 표방하며 오비맥주 '카스'나 하이트진로 '하이트'에 비해 출고가 자체가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가격인상을 실시할 경우 일부 식당이나 업소에서 한 병 당 6000원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부담요소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업체들이 지난해 히트상품들의 인기가 빠지며 수익성 악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결국 수익의 근간이었던 맥주 매출의 부활이 필요한데 이를 가격인상 카드로 돌파할지를 두고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비 맥주가 카스, 프리미어OB 등 맥주제품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 가운데 수익성 악화에 빠진 후발업체들의 움직임에 촉각이 모아진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한 직원이 맥주 제품을 진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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