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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의 역사를 새로 쓴다

2016-12-05 10:52

조회수 : 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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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촛불집회가 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무능한 정치 지도자들과 견강부회하는 아류들에게 주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전달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주말로 6회째를 맞았다. 구한 말 만민공동회(萬民共同會)가 백만공동회로 부활했다. 지난 총선 때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만민공회'를 창설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권력의 심장에서 벌어진 비리와 독직(瀆職)을 본 국민들은 가두에서 저항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침묵하는 다수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침묵하는 절대다수의 간결한 요구는 대통령 퇴진이다. 정치권을 향해 올린 국민들의 촛불은 비폭력 불복종을 주창했던 인도의 국부 간디의 저항운동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세계사에서 유례 없는 현상이다. 2016년 한국의 촛불집회는 유럽의 68혁명이나 우리나라의 87혁명을 능가하는 정치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몇몇 동지들이 SNS에 한국 민중의 정치혁명에 관한 분석 틀을 올리거나 묻고 있어, 법률가로서 나름의 관점과 해석을 보탠다. 먼저 전주에서 활동하는 동지가 화두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기에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화와 국제 금융위기(IMF) 탈출, 자유무역협정(FTA),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공통점은 신자유주의다. 그 어느 대선 주자도 신자유주의를 퇴장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촛불집회는 신자유주의를 무덤에 묻어야 한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다. 브렉시트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은 반이민과 결부된 보호무역주의 앞에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파시즘은 신자유주의를 싫어한다. 폐쇄경제를 고수하는 북한의 군국주의를 보면 파시즘의 경제정책을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어정쩡하게도 파시즘 유산을 청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계승하지도 못했다. 정체성의 혼란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법인 소득세를 계속 줄이는 신자유주의 성향을 견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정치·군사적 함의도 간과하고, 압력에 밀려 무모한 군국주의로 치달았다. 정부는 좌표를 망각하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짐으로써 국내외적으로 이용당했다.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하고 안산에 사는 동지도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렸다.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사퇴하면 사퇴한 의원들만 보궐로 뽑나요, 아니면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하나요? 정당에서는 최고위원 과반이 사퇴하면 지도부를 해산하고 다시 뽑는 사례를 고려한다면, 국회 해산 후 총선이 맞을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 질문이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탄핵 등으로 물러나면 감시자인 국회의원들도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사퇴하더라도 총선을 다시 실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올렸다. 왜 그럴까.

헌법 제41조에 따르면, 국회는 국회의원으로 구성하고 국회의 수는 200인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의원직 사퇴나 징계 등으로 국회의원 숫자가 200인 미만으로 떨어지면, 보궐로 정수가 복원될 때까지 '식물(植物)국회'가 된다.

그렇다면 국회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지금의 국정농단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아니다. 어느 국회의원은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다. 그러나 탄핵 후에는 국회의원들도 총사퇴해야 한다. 매주 만민공동회를 여는 국민 주권자들에게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여당은 대통령과 동반자로서, 그리고 야당은 여당의 지렛대로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총사퇴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암행어사들이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헌정을 마비시켰듯, 국회의원들도 당리당략에 밀려 감시자의 직무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입법권 외에도 국정조사권, 국정감사권, 예산심의권, 결산심사권, 탄핵소추권 등 막강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의해 국정농단이 폭로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감시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국정에 앞장서지 못하고 뒷북만 치는 정계 지도자들은 국민 주권자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전재경 서울대 글로벌환경경영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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