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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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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대선주자 탐구-②이재명)'형수쌍욕'에서 '철거민 폭행'까지…"촛불 집단지성 믿는다"

(신년기획)탄핵정국 주도하며 껑충 뛴 지지율, '설화·과거사' 논란에 주춤

2017-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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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평소라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들이 자질론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비판이 하나같이 뼈아픈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수그러든 '가천대 발언'과 관련해서는 이 시장 스스로 "진땀을 흘렸다"고 표현했다. 잇따른 논란에 이 시장은 "대중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정리해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반문연대' 논란은 두달간 오름세였던 지지율마저 꺽어놨다. 취재팀은 이 시장을 4주간 동행하며 '반문연대'와 '형수 쌍욕', '판교 철거민 사건' 등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이재명 시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10일부터다. 이날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지난달 8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회 정문에서 비를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을 주장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틀 뒤 그는 라디오에 출연,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 등을 거론하며 '우산론'을 언급했다. 
 
결과는 곧바로 역풍으로 돌아왔다. 이 시장의 발언들은 즉각 패거리 정치의 전형으로 낙인찍혔다. 안 지사도 이 시장의 발언에 '대의와 명분'을 얘기하며 유감을 표했다. 이 시장은 "팀플레이와 당내 역량강화를 강조했을 뿐"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지금까지도 강연과 인터뷰에서 '반문연대' 해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할 만큼 논란은 이어졌다.
 
1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새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최고위원, 이 시장, 송현섭 최고위원, 문희상 의원,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김영주 최고위원, 박원순 서울시장, 백재현 의원, 안규백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사실 '반문연대' 논란은 발언 그 자체보다 숨은 의도를 해석하는 데 주력한 언론이 부추긴 측면도 다소 있다. 오죽했으면 이 시장도 공개적으로 "저도 반문연대하는 순간 표 떨어지는 것을 아는데, 지금 이야기는 언론에서 만든 것"이라며 억울함을 표명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 역시 "이 시장은 늘 연대를 강조했고 지난번에는 문 전 대표를 만나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장기적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조력자들을 모을 수밖에 없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와 연대하거나 무슨 논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과 야권 지지자들이 이 시장의 이번 발언을 수상하게 보는 것은 그의 과거 이력과 무관치 않다. 이 시장은 2007년 대선 즈음 정동영 후보(현 국민의당 의원)의 팬클럽 대표를 지내며 '선거인단 차떼기' 등의 논란에 시달렸다. 당시 이 팬클럽 주축으로, 이 시장이 공개적으로 '동생'이라고 칭한 이모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은 '유시민과 그 일파는 인간 말종들'이라는 글을 써 야권과 반목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2007년 대선 전후로 열린우리당 분당의 책임자이자 친노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과 이 시장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사람들은 이 시장의 곁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인물들 중에는 이씨 등 당시 정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한 인사들이 많고, 이들이 '야권 분열' 전력자인 만큼 이번 발언의 의도도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쳤다. "이 시장이 정동영 의원을 도운 것은 9년 전인데, 일각에서는 아직도 그 일을 가지고 이 시장이 하는 모든 일을 의심한다"며 "이 시장은 이후 정세균 국회의장, 한명숙 전 의원 선거도 도왔는데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이번에 대선에 나간다고 하니까 이력을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대해서도 "지금은 그냥 야인으로 지내며, 이 시장의 일에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이 시장 주변 인사들도 그와 관련되는 것을 경계하고 조심하라고 조언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문연대'에 대해 이재명 시장도 할 말이 더 많다. 정가에서는 이 시장의 지지율 급등과 관련, 그가 전략적으로 '사이다' 포지션을 취하며 상대적으로 신중하고 발언 수위를 조절한 문재인 전 대표의 빈틈을 공략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은 "꼭 그렇지만 않다"며 "오히려 문 전 대표가 지난 세월호 사태와 탄핵정국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동안 이 시장이 꾸준히 보여준 소신행보가 주효했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의 표현에 따르면, '대중의 정치적 감성에 공감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장을 동행하며 살펴본 민심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했다. 대전에서 만난 김모씨는 "이 시장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할 때 문 전 대표는 한참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야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했다"며 "이는 박 대통령 탄핵을 외친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역사의식이 없는 작태"라는 꼬집었다. 군산의 한모씨는 "이 시장이 성남 시청사에 추모 조형물을 세우고 추모 깃발을 내걸 때 문 전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정치에 각성한 사람으로서 이 시장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과거사와 관련한 최근의 논란은 '형수 쌍욕 사건'과 '판교 철거민 사건'이다.
 
'형수 쌍욕' 사건은 이 시장이 셋째 형과의 불화로 형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시장의 셋째형은 "이 시장이 지난 2012년부터 아내에게 욕설을 했으며, 어릴 때부터 입만 열면 거짓말이었"며 "이 시장은 대통령 자격이 없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아내도 대선에 나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월 초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성남지부장까지 맡으면서 이 시장의 대선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셋째 형의 등장과 형수 욕설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이 시장은 인격문제를 넘어 자질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수신제가(修身齊家)'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더구나 그간 그의 거친 언행이 문 전 대표, 안희정 지사 등의 정제된 언행과 비교되면서 대선주자로서 흠결이 많다는 정치적 공방은 더 거세진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제가 시장되고서 가족이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은 다 차단했는데 셋째 형이 어머니를 건드려 사단이 났고 싸움이 생겼다"며 "(형님과의 일이) 후회되고 수치스럽지만, 역대 정권을 보면 오히려 친·인척 비리로 망신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위안삼는다"고 받아 넘겼다.
 
'판교 사건'은 2011년 이 시장이 변호사 시절 변호를 맡았던 판교 철거민들이 성남시장이 된 이 시장을 찾아와 아파트 입주권을 요구하자 이 시장이 그들을 폭행했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당시 영상이 온라인에 떠돌고 있다. 이 일은 약자를 보호한다던 이 시장이 오히려 약자를 핍박했다는 주장을 낳으며 이 시장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철거민들은 제가 과거 변호인이었다는 인연을 들어 성남시장에게 의무도 없는 일을 요구, 공직자에게 불법 특혜를 요구했다"며 "저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문제의 동영상은 철거민들과의 마찰에서 제가 방어동작을 취하며 손을 올린 것인데, 마치 제가 때린 것으로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TV조선은 이 시장의 가정사와 판교 철거민 사건 등을 보도하며 그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이 시장은 그간 강연과 인터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충분히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악의적인 오보를 일삼았다고 판단, 공식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 시장은 3일 "TV조선과 전면전을 시작한다"며 "명백한 허위보도에 대해 책임을 묻고 독극물 조작언론을 반드시 폐간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가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참여정부와 지난 대선을 통해 숱한 검증을 거친 반면 이 시장은 중앙 정치무대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아 대선주자로서의 검증과정이 진행된다면 낙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최근에는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은 알아서 몰락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가 민주당 내부에서 돌아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 시장은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항상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강조한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14일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도 "이제 대중은 집단지성을 가진 인격체로 진화했고, 정치를 국민이 원하는대로 끌고 가는 시대"라며 "대중들은 저에 대한 오해도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고, 제가 대선주자가 되고 안 되고는 운명인 것이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게 흠이 생긴 이유는 부패, 기득권자들과 치열하게 싸우다 생긴 상처"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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