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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은행권 블록체인 첫 과제부터 난항…"필요한거 해야" vs "쉬운거 부터"

28일 2차 회의 은행별 입장 대립 예고…금융위 "자율협의 원칙"

2016-12-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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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은행권이 차세대 혁신 금융보안기술로 통하는 '블록체인(Blockchain)'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까지 출범했지만, 첫 과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 시도인 만큼, 어려운 과제보다는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증 분야를 개발하자는 '안전 지향형'과 더디더라도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전자문서나 송금 분야를 육성하자는 '실리 지향형'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6개 주요 은행들은 오는 28일 2차 블록체인 협의회를 열고 공동 과제 발굴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30일에 열린 1차를 회의를 전후해서는 고객인증과 같이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추후에 다른 분야를 발굴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고객인증 분야는 그동안 개별 은행이 해왔던 사업이고, 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핀테크 업체도 있어서 자문을 받기에도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면 위험부담이 크고 조기에 성과를 낼 수도 없을 것이란 우려도 존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필요성을 따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하고 보는 것이 우선이지,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인증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실력이 쌓이면 추후에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차 회의를 앞두고 몇몇 은행에서 이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의견이 양분됐다. 이들 은행은 실제 영업점 업무에 도움이 되고 고객 편의도 높이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야 한다고 맞섰다. '해외송금'이나 '문서 디지털화' 분야에서 시간이 좀 걸려도 공동 블록체인 망을 구축해 놓으면 고객 편의와 비용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 간에 문서를 교환하는 작업은 여전히 팩스로 진행되는 등 후진적이라 블록체인에 대한 수요가 크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보안망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개별 은행 간 문서 교환을 디지털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현재는 A은행과 B은행이 고객 정보를 주고받을 때 서로 보안망이 다르다 보니 팩스를 이용해야 한다. 
 
해외 송금 분야는 비용 절감이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외국 블록체인 컨소시엄과 연계 사업을 벌일 수 있어 일석이조란 평가를 얻고 있다. 
 
시중은행 핀테크 담당자는 "할 수 있는데 효과가 미비한 것이냐, 하기 어려운데 꼭 필요한 것을 하느냐를 선택하는 문제"라며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먼저해서 내년에 결과물을 내자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 은행 업무에 도움이 안되는 것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자 공동 컨소시엄 구축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다만, 해외 블록체인 컨소시엄과도 경쟁해야 하는 등 기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 연내에 공동 과제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시범 사업에 들어 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협의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쯤이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블록체인 과제 선정은 업권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우리는 은행들이 공통으로 개발할 주제를 선정하면 거기에 맞는 제도적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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