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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국가미래연구원)"'승승장구' 부동산 시장, 봄날은 끝났다"

대출규제·금리인상·가계부채 등 암초…정부, 지역별 맞춤형 정책 필요

2017-01-16 11:08

조회수 : 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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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무척 높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2년간 그나마 경제성장을 지탱해왔던 것은 다름 아닌 건설과 부동산 경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누적된 주택공급량의 확대로 공급과잉상태가 우려돼, 부동산 시장의 향배가 우리경제 ‘불황의 늪’의 깊이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과연 올해 부동산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로부터 올해 이슈와 전망을 들어본다.(편집자)
 
탄핵정국과 부동산 시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해 12월9일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탄핵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탄핵 가결 그 자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정국 불안이라는 이슈 자체는 부동산 시장에 미미하지만 일정부분 반영됐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도 일정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대통령선거 과정 등이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심리적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탄핵정국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2017년의 주요 부동산 시장 이슈
 
첫째는 대출규제다. 2017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대출규제다. 부동산은 거래 금액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해 거래 되거나 임대가 된다. 그래서 대출을 규제하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된다.
 
특히 지난해 8·25 대책의 후속책인 11·24 대책 중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총체적 부채상환능력(DSR, Debt Service Ratio) 심사 제도라는 새로운 대출방식을 시행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이며 주택시장의 가수요 억제정책이다. 물론 기존에도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양도세 중과세 제도 등이 있었지만 DSR제도 시행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수요억제 정책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지금까지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추가로 구입할 경우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에 대해서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Loan To Value Ratio)과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을 적용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DSR제도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의 이전 주택이나 다른 은행권 부채는 물론 제2금융권 대출과 심지어 자동차 할부금과 마이너스 통장까지 모든 부채를 종합해 상환능력을 따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충분한 여유가 있지 않는 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여기에 올해 1월1일부터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 집단대출인 중도금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하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으로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7월이면 LTV, DTI 규제완화가 일몰된다. 물론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정부는 이를 연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대출비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올라가면 서민들은 대출 받기 어려워져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어느 정도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주택구입보다 전세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출규제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실수요자는 물론 건설사까지 위협요인으로 작용해 분양이나 거래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2017년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대출규제다.
 
둘째, 금리인상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아직은 미국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2017년 하반기 쯤에는 국내 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금융권들은 이미 잇따라 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2%대 대출 금리는 없어진지 오랜 된 듯하고 3%대 대출 금리도 없어지는 추세다.
 
이렇게 제1금융권부터 제2금융권에 걸쳐 가계대출을 옥죄면 주택시장은 숨을 못 쉬게 된다. 사실 11·24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사상 최고를 경신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온 조치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자의 돈줄까지 막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동산은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자본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고 타인자본 즉, 금융권의 대출을 끼고 구입하게 된다. 이 경우 금리가 올라가면 매입자의 부담이 증가해 매입을 미루거나 꺼리게 되고 시장은 침체하게 된다.
 
특히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률을 저하시켜 주거용 부동산은 물론 수익형 부동산시장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금리인상이 자본유출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는 기회요인이겠지만 가계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라는 위협요인도 될 수 있다.
 
셋째, 가계부채다. 1300조원이 넘어가는 가계부채증가다. 가계부채는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더욱 위험성이 커질 수 있어 정부차원에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모두 악성은 아니다. 또 모든 가계부채가 주택담보 대출만도 아니다. 가계부채의 성격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으며 질적 측면에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하여 우선 주택담보 대출부터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출을 규제하면 정작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더 나아가 사채시장까지 옮겨가 비싼 이자만 부담하게 된다.
 
문제는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그 상당수가 저신용, 저소득자로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는 부실 위험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증가는 국가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금리인상은 연체율 증가와 주택시장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 규제는 주택시장 건전성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관리부담 증가에는 정책적,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의 질적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규제나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하우스푸어가 나타나고 주택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문제 해결 방법은 양날의 칼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단순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만을 보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계부채의 질적 측면을 개선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한다. DSR처럼 무차별적인 대출규제는 부동산 시장만 어렵게 한다.
 
넷째,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이다. 2016년 11월 말 주택산업연구원은 ‘2017년 부동산 시장의 핵심 이슈’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입주대란과 입주물량 증가로 인한 역전세난을 꼽았다.
 
최대 변수는 역시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속도이며 이에 따라 시장 상황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내년 전국의 매매가격은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지방은 약보합, 수도권은 미미한 상승으로 예측했다.
 
또한 전세가격은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일부지역의 역전세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0.4%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구원이 예상한 올해 분양 물량은 38만6000가구다. 인·허가는 58만1000가구, 착공은 55만9000가구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공급량이 전년 대비 10∼20% 감소한 가운데 분양 물량은 전년대비 23%나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대출을 옥죄면 제일 민감한 시장이 분양시장으로, 이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분양물량은 2016년의 반토막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준공(입주예정)물량은 2015년부터 급증한 인·허가 영향으로 2016년 대비 11% 정도가 증가한 60만6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입주물량이다. 이 같은 준공물량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압력을 둔화시켜 임대차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규제로 인한 미 입주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역전세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자료를 인용하면 2018년 누적 입주물량은 약 100만 가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역대 최대 입주물량으로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지금 당장 시중금리가 인상되고 있고 수분양자들 대부분은 분양대출 즉, 집단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입주시점 주택구매에 대한 잔금이나 집단대출을 또다시 담보대출로 전환해야 하는 실정이라 그 부담은 배로 증가할 것이다.
 
특히 DSR제도로 인해 가수요자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져 향후 미입주 사태가 벌어지거나 공급과잉에 따른 전·월세가격 하락은 부동산시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며 주택시장을 경착륙시킬 가능성도 있다.
 
2017년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과제
 
올해 부동산시장의 주요 이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국불안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정부의 대출규제, 금리인상, 가계부채 증가, 주택공급량과 입주물량증가 등이 있다. 여기에 대외변수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대북문제,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경제 마찰(사드배치) 등 악재만 가득하다.
 
그래서 시장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다. 지금 내수경제의 침체 속에 가뜩이나 소비심리까지 위축되고 가처분소득은 줄고 있는데 은행은 대출 숨통마저 조이고 있어 내수경제의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간경제연구원들이 2017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6년보다 낮은 2.2~2.8%를 예상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은 내수경제 침체로 2016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2016년의 온기가 남아있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LTV, DTI 완화기간 연장이나 금융시장 규제완화가 나오지 않는다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올해 부동산 투자는 실수요자라면 대출조건을 따져보고 무리가 없는 범위에서 신규 분양시장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올해 1월1일부터 분양하는 모든 주택사업장에서는 중도금대출도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도록 하는 DSR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가수요가 사라질 것이다.
 
2016년보다는 경쟁률도 낮아질 것이며 위치나 개발호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분양도 나타날 것이다. 좋았던 2015년과 2016년 부동산 시장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2017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정책은 부동산시장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수급 불균형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정책이 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된 상태다. 요즘같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지역별 시장을 이해하고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부동산은 자연적 특성인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이 있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하거나 공급과잉이라고 해서 골고루 배분할 수가 없다. 지역별로 전혀 다른 국지적 시장을 만들기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체를 하나로 보고 큰 그림만 그리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벌써 11·3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사실상 올스톱 됐다. 신규 분양시장 또한 눈치 보기 작전이 한창이다.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루고 투기 수요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건설·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경제도 어려워진다. 2017년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듯하다.
 
2017년 부동산 투자는 신중해야
 
2017년 부동산시장을 예측할 때 가장 큰 변수로 대출규제를 꼽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정책방향이기 때문에 결국 정책변수가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고 대선이후 새로운 정부가 부동산 정책 새판 짜기를 한다면 시장은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일부 투자자들은 대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책변화를 확인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만큼 2017년 부동산시장은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주택분양은 본인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구입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자기자본이 부족한 경우 대출원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인 경우에는 투입 원금과 대출이자 등을 감안해 월세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고 분양을 받거나 매수에 나서야 한다. 잘못 투자하면 이자만 내는 부동산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매도하는 부동산은 2017년 초 보다는 대선이 끝난 뒤 시장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부동산 시장 정책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성공을 한다. 자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매수시장이 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매도시장이 된다. 이제 부동산 투자도 정책의 변화처럼 자산증식의 수단보다 사용수단으로 변할때가 됐다.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시내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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