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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중소기업 공동사업, 공정거래법 적용 말아야"

"공동행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서 대기업과 경쟁 가능"

2017-09-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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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종이박스 제조업계에서 대기업 5곳은 원지 시장의 90%, 원단 시장의 60%, 박스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박스 제조업 중소기업들은 최종재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골판지 원단의 구매비용을 절감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시장질서를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공동구매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종이박스 제조업자들의 공동구매 계획이 전체 시장규모 대비 2% 수준임에도 협동조합이 주체가 되는 공동구매는 불공정거래가 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 등으로 불허됐다.
 
유영호 중기중앙회 회원지원본부장은 1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사례를 제시하며 중소기업 공동사업이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개별 중소기업은 태생적인 규모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다양한 공동사업을 추진해 경영구조 합리화를 도모하고 부족한 경쟁력을 보완해 나아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자본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간 협동, 공동사업으로 규모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조합 사업자들이 원자재, 생산 제품 등을 공동으로 구매·판매하는 등 공동사업을 해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 한계로 중소기업 공동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날 중소기업계 토론자로 나온 김남수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쇄물에 대한 공식적인 가격결정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인쇄비 예정가격을 결정할 때 2005년 조달청에서 발표하 요금표를 준용하는 경우도 있어 인쇄업체들은 노력에 따른 공정한 가격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년도 납품가격 중 최저가격이 다음 연도 가격결정 기준이 되면서 계속해 납품가격이 인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중소 인쇄업체의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협력·협동, 공동행위는 시장지배로 다른 기업의 진입을 방해하가 위함이 아니라 노력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기 위함”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협동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이 공정거래법상 까다로운 법리적용과 공정위의 공동행위 불허 원칙 등에 가로 막혀 크게 위축돼 있다”며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에서 적용이 제외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2월 대표 발의했다.
 
최무진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중소기업은 자금력·사업역량이 부족해 법이 공동사업을 허용하고 있고, 현행 법상 공정위가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이 위법하다고 해서 처벌한 사례 없다”고 했다. 다만 최 과장은 “다만 이번 기회에 중소기업 공동사업이 공정거래법 적용 배제가 되는 것을 법률에 명확하게 담을 필요가 있다”며 “국민경제 관점에서 획일적 가격결정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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