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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미 환율보고서 발표에 '촉각'
트럼프 불확실성에 긴장…환율 1120원대, 원화강세 견인
2017-03-23 06:00:00 2017-03-23 06:00:00
[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소멸된 외환시장에서 오는 4월 발표될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이 심층관찰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지만 '트럼프' 정부 고유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0원대에 거래되며 지난해 말(1207.7원)에 비해 약 7% 가량 절상(원화가치 상승)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이상 직후였던 지난 16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1.6원 급락하며 1130원대로 레벨을 낮췄고, 지난 20일에는 10.8원 떨어지며 1120원대로 저점을 또다시 낮췄다.
 
시장에서는 최근 원화강세의 원인 중 하나로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이슈를 지목하고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환율보고서가) 원화강세를 견인하는 한 축이라고 본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어찌 됐건 시장에서는 결과를 한번 확인해볼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말 발표될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이상 ▲GDP 대비 2% 이상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요건 중 2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3가지 모두를 충족할 때는 심층분석대상국(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해 환율압박, 무역협정 연계 등으로 제재 조치한다. 한국은 현재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있다.
 
민 연구원은 "지난번 (관찰대상국 지정 당시) 대통령은 오바마였지만 지금은 트럼프다 보니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경계심리 때문에 원화강세 쪽으로 가고 있다. 환율보고서 이슈가 소화될 때까지는 적어도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결과 공동 선언문에서 '보호무역주의 배격' 문구가 빠진 점도 시장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이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도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에 때문에 외환당국이 개입할 여력이 축소돼 정상기준 이상으로 언더슈팅(단기간 내 급락)할 수 있다"며 "환율보고서 발표 전까지는 시장이 원·달러 환율 하락요인에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4월말까지 외환시장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형 이슈가 부재한 점도 환율보고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내달 23일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그나마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시킬만한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약화와 미 연준의 '점진적 인상' 시그널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스크온(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원화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주식·채권시장 투자를 위한 외국인의 원화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층조사대상국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환율보고서 발표 시점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의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추가적인 규제 조치가 들어올 여지가 있는데 이후 이어질 통상압박은 외환시장의 수급적 측면보다는 무역거래에 대한 규제에 있어 우리나라 수출 모멘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해당 시점을 계기로 환율의 저점을 찾고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연구원 역시 "일단 한국이 지정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냐’를 보면 한국의 경기 펀더멘털이나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고려할 때 상승압력이 크다. 일시적으로 급락 후 연간 원·달러 환율의 저점을 확인한 뒤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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