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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롯데 검찰 철퇴로 '막장드라마' 종영해야
2017-03-23 06:00:00 2017-03-23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여기가 어디냐,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
 
사리분별도 안 되는 아버지는 기어이 지팡이를 던지고 일본말로 역정을 냈다. 그런 아버지에게 두 아들은 모든 책임을 미뤘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의 첩과 배다른 누나는 눈물을 쏟았다.
 
'막장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연상케하는 장면이 지난 20일 진행된 롯데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첫 재판을 통해 연출됐다. 이날 재판은 롯데그룹을 둘러싼 여러 비리중 하나인 검찰의 경영비리 공소에 대한 것이었지만 법정에서 보여준 총수 일가의 모습은 볼썽사나운 롯데 일가가 회사를 얼마나 사유화해 좌지우지 했는지 알 수 있는 축소판이나 다름 없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자리를 두고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을때까지만해도 '집안 싸움'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2년 넘게 롯데 일가가 보여준 모습은 재벌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룹 총괄회장은 두 아들 사이에서 이용만 당하다가 치매 환자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다. 그런 와중에 두 아들은 서로 이권을 차지하고자 서로 상대의 치부를 들추는데 여념이 없다. 
 
총괄회장의 장녀는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고, 37세 연하의 유명 미인대회 출신 내연녀도 기업의 사유화에 정점에 서서 36년만에 세상밖으로 떠밀려 나왔다. 기업 자체도 비리 혐의로 얼룩져있다. 각종 비자금 조성 및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각종 특혜 등의 의혹이 쏟아졌다.
 
기업의 뿌리가 일본이어서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댓가로 중국 정부로부터 난타당하며 '동정론'이 확산될 법도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각에선 총수일가의 비리 혐의가 결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조공(?)하게 만드는 약점이 된 격인데 '자업자득'이라는 냉정한 여론도 존재한다.
 
재벌이 야기한 잘못된 경영세습과 사유화의 모순과 정경유착문제, 재산과 경영권의 변칙세습으로 인한 탈루문제와 해당기업 주주들의 권익침해문제, 시장경제질서의 유린과 경제구조 왜곡의 문제, 불법과 탈법의 배임, 횡령·비자금조성 문제 등은 국가경제는 물론 그룹 내부와 그 구성원들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롯데도 지금까지 불투명한 소유지배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동산 투기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특혜적 면세점 사업 등으로 인한 많은 그룹 이익 창출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문제 등으로 성장해왔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롯데는 지난해 8월 40여년간 롯데에 몸 담은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오너 일가의 비리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그는 고귀한 삶을 버려가면서 평생을 몸담았던 롯데그룹 사태의 모든 과정에 '중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남겨진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할 산 자들의 '몫'은 아직도 전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대주주의 소유물이 아니라 20여만 임직원의 삶의 터전이고 수많은 주주들의 것이다. 롯데 일가에 대한 비판은 더 해도 모자랄 것이 없지만 롯데 계열사들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고용과 내수 등 롯데가 짊어진 기업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 국민이 그들의 집안싸움을 아직까지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롯데 일가는 국민이 바라는 '롯데'로 거듭나도록 결단을 해야 한다. 이같은 비리를 저지른 재벌가가 또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해 '탄핵' 못지 않은 불신과 분노를 할 것이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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