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의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7차 공판이 22일 열렸다. 재판이 7개월째 지루한 공방으로만 이어지면서 조 회장의 동생이자, 이른바 형제의 난을 촉발시켰던 조현문 변호사의 법정 출석 여부가 주목된다. 이는 조 회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7차 공판에서 검찰과 조 회장 측 변호인단은 비자금 혐의 중 아트펀드와 관한 배임 혐의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아트펀드는 미술품에 투자해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조 회장은 특수관계인 거래금지 약정을 어기고 미술품을 매매해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아트펀드의 자산운용을 담당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김모 전 펀드운용역이 증인으로 출석해 "효성은 아트펀드를 조성할 때 '오너의 전달사항'을 언급했고, 펀드 구조상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며 "특수관계인 거래금지 약정을 어기고 위장계열사를 통해 미술품을 매매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재판은 교착 상태다. 검찰이 조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증인을 통해 서로의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인 조 변호사의 출석 여부가 관건이 됐다.
조 변호사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부사장까지 지내는 등 그룹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가 조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각종 비리에 대해 어떤 증언과 물증을 내놓을지가 향후 판결의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14년 7월 조 회장을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재판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국내 한 법무법인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효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검찰도 조 변호사의 변호인을 통해서 연락하고 있다"며 "연락이 안 될 때도 있는데, 가급적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도록 검찰이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27일 공판준비기일 당시 재판부에 조 변호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검찰은 "조 변호사가 9월 중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귀국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며 그가 9월 추석을 전후해 귀국하면 늦어도 10월 중 출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조 변호사의 출석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상태라면 그가 11월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효성도 조 변호사의 출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우리가 조 변호사와 직접 연락할 명분도 없고, 그럴 관계도 아니다"며 "조 변호사가 9월에 국내에 들어와서 10월 중에는 재판에 온다고 했는데 계속 일정이 바뀌는 것을 보니 사정이 생긴 것 같고,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변호사 등을 통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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