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히트맨’, 잘하는 것 한 가지만 집중하자
국정원 암살요원→웹툰 작가 변신 주인공…황당 설정+코믹 액션
의욕만 넘친 코미디+박자감 잃은 웃음+유려한 액션=물과 기름
입력 : 2020-01-20 00:00:00 수정 : 2020-01-2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상업 영화 시장에서 액션은 사랑 받는 장르다. 흥행에 유리하다. 전개와 설정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유(리하고)(과가 충분)하다. 코미디는 반대로 상당히 어려운 장르다. 관람의 접근 방식은 가장 쉽고 편리하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코미디는 타이밍과 설계가 상당히 까다로운 장르로 꼽힌다. 연출자와 배우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어려운 장르로 꼽는 지점이 분명하다. 액션과 코미디가 합일점을 찾을 수 없는 이질감을 갖고 있는 게 이런 점 때문이다. 신인 감독이 이 두 가지를 교배하는 시도를 했다. 무려 데뷔작에서 이 작업을 선택했다.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 히트맨이다.
 
 
 
국정원 소속 비밀 암살요원 ’(권상우). 그는 국정원이 비밀리에 기획하고 진행한 방패연 프로젝트를 통해 키워진 국가 소속 암살요원이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준에게 나타난 방패연 프로젝트 리더 천덕규(정준호). 준은 덕규의 손에 이끌려 방패연 프로젝트를 통해 키워지고 자라난 인간 병기다. 투입된 작전에서 인간 병기다운 프로페셔널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준은 어딘가 모르게 모자라고 허당기 넘치는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는 암살요원으로서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부모님이 죽고 그림을 통해 아픔을 치유해 온 준이다. 성장해 암살 요원으로 살아가는 준이 꿈꾸는 삶은 웹툰 작가다. 그 꿈은 머지 않아 이뤄진다. 국정원이 쫓던 일급 테러리스트 사살 작전에 투입되지만 작전은 실패하고 준은 목숨을 잃는다. 물론 위장된 죽음이다. 그렇게 준은 국정원 방패연에서 탈출하고 일반인 수혁으로 위장해 가족을 꾸리고 인기 없는 삼류 웹툰 작가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히트맨'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아내 미나(황우슬혜) 그리고 딸 가영(이지원)의 등살에 기 죽어 사는 구박덩이 남편이자 아빠가 됐다. 웹툰은 그려 얻는 한 달 수입은 고작 50만원이 전부. 편집장(이준혁)에게까지 구박을 받으며 살던 수혁은 아빠 얘기를 그려봐란 딸 가영의 조언에 비밀로만 간직하고 살던 자신의 암살 요원 시절을 그려 버린다. 공교롭게도 이 내용은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수혁은 일약 최고의 웹툰 작가로 등극하게 된다. 하지만 이 웹툰을 보게 된 과거 방패연 프로젝트 관계자인 덕규와 국정원 간부 형도(허성태)의 추적을 받게 된다. 급기야 수혁은 암살요원 준 시절 자신의 마지막 비밀 임무였던 테러리스트 사살 작전의 타깃이던 국제적 범죄자 제이슨(조운)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 국정원 형도와 방패연 프로젝트 리더 덕규 여기에 제이슨 그리고 방패연 프로젝트 시절 친동생처럼 여기던 또 다른 암살요원 철(이이경)의 이중삼중 추격을 받게 된 수혁은 과연 이 위험을 벗어날 수 있을까. 가족을 지키고 자신의 새로운 삶인 웹툰 작가로서의 인생을 지킬 수 있을까.
 
영화 '히트맨'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은 이질적이다. 코미디 장르를 내세운다. 연출을 맡은 최원섭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의 포털 사이트 프로필 소개란을 보면 나온 내용이다. ‘코미디 영화의 선구자가 되고 싶은 강렬한 소망이 있다라고. 오랜 준비 끝에 선보인 최 감독의 히트맨속 주인공 은 감독 자신의 모습이 상당 부분 투영된 캐릭터라고 한다. 일상의 삶 속에서 새로운 자신만의 내재된 진짜 나를 찾기 위한 과정을 최 감독은 히트맨을 통해 이뤄내고 싶은 소망을 담아냈다.
 
문제는 소망이 열정으로만 가득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단 점이다. ‘히트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뜨거운 의욕으로만 가득하다. 무언가 해보려 하는 과욕만이 넘쳐난다. 코미디와 액션을 결합한 새로운 이종 장르의 교배를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스크린에 펼쳐진 코미디는 정제되지 않은 웃음뿐이다. 타이밍을 놓친 웃음은 코미디로서의 유효타로 기록되지 못한다. 인물들간의 엇박자가 난무한다. 주고 받는 캐릭터간의 대사 타이밍은 관객들의 호흡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배려가 없는 타이밍의 공간은 과욕으로만 가득하다. 의미 부여가 되지 않는 인물들의 들끓음과 차가움이 반복되니 관람의 온도를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웃음의 코드가 시대 착오적이다. 만화적인 설정으로 출발했지만 시대를 따라가기 힘든 박자감이 문제다. 만화가 아닌 웹툰의 시대에 만화를 강조하고 있는 느낌이다. 네비게이션을 두고 지도책에서 길을 찾고 있는 모양새가 떠오른다.
 
영화 '히트맨'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나마 액션은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만화적 상상력이 만들어 낸 구성감이 넘친다. 전개 방식 속에 웹툰 형식을 삽입해 생동감의 유려스러움을 살리니 보는 맛은 충분하다. 물론 이 지점이 앞선 코미디의 과욕과 명확하게 경계선을 드리우니 물과 기름처럼 뒤섞이지 못하고 따로 논다.
 
연출을 맡은 최원섭 감독이 왜 주인공으로 권상우를 열망했는지는 충분히 예상이 된다. 생활 연기의 현실감과 액션의 두 마리 토끼는 권상우 외에는 달리 카드가 존재하지 않단 걸 관객들도 알고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 정준호는 베테랑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인다. 중반 이후부턴 홀로 코미디를 부여 잡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허성태의 악다구니는 연출의 부재인지 연기의 부재인지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영화 '히트맨'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히트맨은 딱 한 가지다. ‘이것저것 손대다 이도 저도 안 된다를 명확하게 증명한 결과물일 뿐이다. 잘 하는 것 한 가지만 하면 된다. 영화에서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개봉은 오는 22.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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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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