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실 대명사 ‘비KS H형강’…현대제철, 품질검증 앞장
압연공장, KS 규격 맞는 일일 H형강 생산량 3000~4000톤
현대제철 H형강, 비KS 제품 대비 높은 항복·인장강도 자랑
가격·품질 낮은 비KS H형강 수입량 증가…구조물 붕괴 우려
"국토부, 법개정외에도 정기적인 건설현장 점검 시행 필요"
2024-05-23 06:00:00 2024-05-23 09:49:17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최초로 세워진 현대제철 인천 제철소에선 국가표준(KS) 규격에 맞춘 H형강을 시간당 160여톤(t) 생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찾은 인천시 현대제철 인천공장. 안전모와 작업복을 착용한 뒤 H형강을 생산하는 압연공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끄러운 기계음을 뚫으며 압연공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H형강은 현대제철이 국내 최초 개발한 대표제품으로 구조물의 기둥, 보, 기타구조물 및 토목용 가설구조물로 사용합니다. 압연공장은 제강 라인에서 빔 블랭크(Beam Blank)를 H형강으로 탈바꿈시키는 공장입니다. 총 200여명이 근무 중인 압연공장은 H형강을 하루 통상 3000~4000t을 생산합니다. 
 
전기로를 통해 만들어진 중간소재 빔 블랭크는 이 공장에서 여러 공정과정을 거쳐 10미터에서 70미터까지 10배가량 늘어난 H형강으로 생산됩니다. 첫 공정은 가열로설비를 통해 압연하기 좋은 온도까지 가열을 시킵니다. 이 때 약 1200도까지 온도를 높이게 됩니다.
 
그 다음 재료 표면에 생기는 산화철을 물의 압력을 통해 제거하는 '디스케일러' 설비와 최종 압연을 위해 조압연기, 원하는 모양의 형강을 만드는 사상압연기 등 순서대로 공정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 후공정인 △절단 △냉각 △교정 △검사 △바인딩 △출하까지 이어져 H형강이 탄생합니다.
 
현대제철 인천 제철소 압연공장 내부. 가열로 설비가 빔블랭크 온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현대제철 인천 제철소 압연공장에서 H형강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H형강은 KS규격을 맞춘 제품으로 그렇지 않은 비KS 제품 대비 높은 항복강도와 인장강도를 자랑합니다. 항복강도는 물체가 영구적인 변형이 일어날 때까지 견디는 힘을 의미하고 인장강도는 물체를 잡아당겨 끊어질 때까지 버티는 힘을 말합니다.
 
현대제철의 H형강(KS SS275)의 항복강도와 인장강도는 각각 275메가파스칼(MPa), 410~550MPa입니다. 반면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비KS 제품 H형강(비KS SS400)은 각각 245MPa, 400~510MPa입니다. 강도차이는 30~40MPa 정도입니다. KS제품과 비KS 제품 간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문제는 비KS H형강 수입 제품이 지방 중소규모 업체와 가시설 전문업체 등에 구매돼 건설현장에서 눈에띄게 발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대제철 영업팀 관계자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 H형강(H300x300·H298x201)의 물량은 125만4000t"이라며 "예상컨대 해당 수입물량은 토목, 건축공사 가시설 공사에 사용 되었을 것이며, 2021~2022년에 1차 사용된 강재는 현재까지 중고 H형강으로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건설업체들이 비KS 규격의 수입 H형강을 사용하는 건 가격이 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내산과 수입 제품 가격 차이는 t당 7~10만원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공사 발주 감소로 인한 수주 경쟁 심화 및 인건비, 유류비 상승으로 공사 원가가 올랐다"며 "공사 원가절감이 비KS 규격의 H형강 수입량이 높아진 주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내 건설현장에서 중고 H형강을 사용할 시에는 주의해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 사용됐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H형강의 강도에 대한 특성 확인이 필요한 겁니다. 더욱이 건축물에 성능과 품질이 확인된 KS 제품이 아닌 성능이 부족한 비KS H형강이나 제품이력을 알 수 없는 중고 H형강이 설치된다면, 붕괴 우려까지 있습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을 보면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발생한 토목 현장의 사고 사례 5306건 중 가시설 공사에 발생한 사고는 825건(16%)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중고 H형강 관리를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는 중고 H형강은 강재의 주민등록증인 MTC(Mill Test Certificate)를 확인하기 어렵고, 설령 있다고 한들 제품에 해당하는 서류인지 알 수 없어서입니다. 만일 그러한 제품이 KS대비 성능이 부족한 비KS 제품이라면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H형강의 상, 하부에 각각 HS, DK라고 3m 간격으로 각인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중고 H형강이 KS 규격에 맞는 지를 확인할 경우 제품의 양각을 확인하면 됩니다.
 
건설용 강재 점검 매뉴얼 H형강 부분. (자료=한국철강협회)
 
이를 관리하는 국토부도 작년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 지침 개정을 추진하며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말 행정예고를 거쳐 현재 심의가 진행 중입니다. 
 
다만, 이 개정안이 비 KS 제품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아니라 시행돼도 사용량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개정 이후에도 정기적인 건설현장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현재 비KS H형강 사용을 막기 위해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청과 연계해 건설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고 나머지 지방국토청과도 추가 점검 계획을 협의 중"이라며 "국토부는 정기적인 건설현장 철강재 점검을 시행하고 건설사 대상 교육을 통해 부적합한 강재 사용을 근절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인천북항에 수입산 비KS H형강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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