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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간판 기업이 바뀐다
대공황 후 미국 자동차 산업 재편·글로벌 금융위기 뒤엔 세계 반도체 시장 변화
입력 : 2020-04-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사상 초유. 전대미문. 유례없는. 코로나19 감염증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초래된 현재의 위기에 따라붙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중대한 위험 상황에 놓였다. 기업의 생산·영업이 멈추고 소비도 급격히 위축돼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는 그동안 최악의 사례로 거론되던 미국의 대공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대공황 이후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 뒤에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등 세계 경제가 큰 위기를 겪은 뒤에는 산업의 지형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19 충격이 지나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상황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천안 사업장 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돈을 풀면서 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가계 소비유도에 나서고 있지만 통제 불능의 영역에 있는 전염병이 근본적 원인이란 점에서 지금의 위기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전염병의 대유행이나 세계적 경제 위기가 겪고 나면 산업 재편이 일어났고 산업을 이끌어가는 글로벌 간판 기업의 얼굴도 달라졌다.
 
생활 양식과 인식 변화로 변방에서 중심이 된 산업이 있고 위기를 잘 버텨내면서 대표 기업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26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100대 기업 순위를 보면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계 금융회사는 이름이 사라졌거나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2007년 17위에서 지난해 71위로 떨어졌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8위에서 58위로 내려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그 자리는 애플과 아마존, 알파벳 등 기술기반 기업과 중국계 금융회사가 채웠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금융사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시장이 크게 확대된 IT 기업과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어 온 중국 기업의 입지가 확대되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십개 업체가 난립했던 반도체 시장은 2000년대 중후반 업체 간 치킨게임이 벌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5위권위던 독일 키몬다가 파산했다. 세계 디램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엘피다는 2012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만 살아남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합산한 디램 시장 점유율은 49% 정도에서 현재는 70%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2008년 30%가량에서 현재는 44% 정도로 상승했다.
 
200여개가 있던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1930년대 대공황을 지나면서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체재로 변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행 중이라 가늠이 쉽지는 않지만 글로벌 산업의 지형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를 얼마나 잘 넘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느 정도 대응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가 상대적으로 빠른 안정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기업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기업들은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은 뒤 빠른 적응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바 있어 코로나19 이후에도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전보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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