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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조직문화' 정조준…이재용 부회장 '준법의지' 시험대
특검 "컨트롤타워, 언제든 범죄 동원"…반성의 진정성 문제, 삼성 쉽지 않을 듯
입력 : 2020-11-09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준법감시' 전문심리위원으로 '삼바 분식회계' 전문가인 홍순탁 회계사를 추천한 것은 이번 기회에 총수가 컨트롤타워를 세워 그룹을 장악하는 삼성의 기업조직 문화를 완전히 개혁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 사건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가 삼성의 준법감시 기준 확립을 이 부회장의 양형요소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을 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같은 사건의 다른 피고인들은 물론 일반 형사 피고인들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거대 조직 삼성의 기업조직 문화에 비춰볼 때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에서다.  
 
홍순탁 회계사를 지난 10월29일 삼성 준법감시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한 박영수 특별검사가지난 2017년 4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 참석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특검팀은 지난 10월23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사업지원 TF'는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와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시대를 관통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는 삼성의 기업조직 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1959년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 비서실에서 시작된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은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때 구조조정본부(구조본)으로 규모가 커졌다가 'X파일 사건'으로 특검을 맞으면서 2006년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다. 그룹간 인사와 업무 컨트롤타워가 명목상 임무였던 구조본 또는 전략기획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하면서 여러 위법행위에 연루됐다. 
 
이 전 회장 유고 상태로 넘어오면서 시작된 이 부회장 체제에서 전략기획실은 미래전략실(미전실)로 문패를 갈았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라는 태생적 임무는 변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삼성미래전략실 차장이 아니더라도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판결문을 살펴보면 미전실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995년 시작돼 2009년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 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 사건'과 닮았다.  
 
홍 회계사는 2016년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을 처음 공개 비판하면서 그 뿌리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으로 지목했다. 2017년 2월에는 정의당과 함께 박근혜 청와대의 '삼성 바이오로직스 특혜 상장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여러 활동을 통해 "삼성 바이오로직스 사건은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한 범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삼성 총수 일가의 위법행위와 기업조직 문화가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해왔다. 특검팀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홍 회계사가 '반삼성'에 가까운 비판적 인사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 측에서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심리위원 선임 결정권은 재판부에 있다. 그러나 특검팀과 대척점에 선 당사자인 이 부회장 측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다음해 2월 법관인사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대기업 사건을 많이 다룬 부장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부회장 측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준법감시 자체가 기업의 활동에 비판적인 기능"이라고 했다. 이어 "대국민 신뢰 개선과 양형요소로까지 평가받고 싶다면 이 부회장으로서도 그만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면서 "경영개선 의지의 문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이 전문심리위원 선임까지 비토를 놓는다면 반성과 고민에 대한 진실성이 의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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