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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합헌"
입력 : 2020-11-08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소유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이의제기를 받지 않고 관리했다면 등기 없이 해당 토지를 사용하면서 제3자에게 분묘 존속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한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분묘기지권은 사실상 악의의 무단점유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사실상 영구·무상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어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법재판소 청사 전경. 사진/헌재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최근 임야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토지 소유자가 이를 사용·수익하지 못해 입게 되는 손실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토개발 등으로 분묘가 설치된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분묘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이는 분묘를 모시는 자손들에게 그 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손실 차원을 넘어 누구라도 타인의 분묘를 존엄한 장소로서 존중하고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토지 소유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토지에 임의로 분묘가 설치된 경우 시효기간이 진행하는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언제든지 소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민법 상 분묘 소유자에게 분묘를 파서 옮기도록 요구하거나 점유 부분의 인도를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자는 원칙적으로 지료지급의무가 없는 만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더 제한될 수 있지만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이 제한된다고 해서 시효취득된 분묘기지권에 일정한 지료 및 존속기간을 인정한다면 분묘기지권자의 경제적·정서적 이익에 중대한 침해를 가할 뿐 아니라 분묘를 존엄시 해온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에도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지료지급의무가 없다거나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관습법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1990년 4월 경기 부천에 있는 한 임야를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그 임야상에는 부천의 역사·문화유산으로 지정된 B가문의 분묘가 조선 후기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B가문의 후손들은 1957년부터 이 분묘를 관리해왔다.
 
A씨는 그러나 이 분묘를 포함한 임야상 11기의 분묘가 장사법상 연고가 없는 분묘라며 2014년 7월 관련청의 허가를 받아 분묘를 파 화장하고 유골을 전북 무주에 있는 한 묘원에 봉안했다.
 
이에 B씨 가문 후손들이 A씨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에게 158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1, 2심에서 거듭 패소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한 뒤 분묘기지권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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