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지방 금융그룹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핀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경쟁관계에 있던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디지털 금융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은 최근 디지털 금융 강화를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실무 협의체 구성을 완료하고 그룹사 차원에서 다방면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우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모바일 플랫폼에 AI 챗봇 도입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BNK금융은 향후 신규고객 확대를 위해 카카오톡 채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카카오 플랫폼에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 모바일 영업 활성화 등 카카오와 지속적인 협업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남은행은 지난 12일 카카오페이와 '상품·금융 서비스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른 지방금융지주들도 기존 빅테크와 핀테크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JB금융그룹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됐다. JB금융은 컨소시엄을 통해 개인이 보유한 운전정보와 주유정보 등 모빌리티 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DGB금융의 경우 삼성SDS와 전략적 협업관계를 맺고 빅데이터 금융 플랫폼과 AI 기반 신규사업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BNK·JB·DGB금융 등 3대 지방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도 총 33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3% 줄었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4조1017억원으로 17.2%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역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급증한 대출 수요는 주요 시중은행들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더구나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지방금융지주들이 핀테크 기업들과 직접적 경쟁 대신 다방면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BNK금융그룹이 지난 9일 부산은행 본점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BNK금융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