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고심끝에 5월 기준금리도 연5%수준에 묶어놨다. 벌써 9개월째다.
가라앉고 있는 경기와 청와대, 기획재정부의 압박을 생각하면 금리를 내려야하겠지만 이번에도 물가가 걸림돌이었다.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하지만 물가 인상을 초래하는 유가, 환율 등의 상승세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과연 한은이 편한 마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 올까.
◇ 눈엣가시 유가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상황이 변한다면 다음 달 기준금리도 인하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의 변화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원화 가치도 떨어지는 악순환에 갇혀버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물가가 대면하고 있는 가장 큰 난관은 유가 상승이다.
유가는 3년 동안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면서 석유 소비가 급증했고 생산은 늘어나는 소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기자 간담회에서 "유가 상승은 일부 품목의 가격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체 수입품목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유가 상승 폭이 워낙 커 유가의 영향력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유가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오름세가 둔화되는 듯 했지만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8일 유가는 123.5달러로 사상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최악의 경우 올 해 안에 200달러 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원유 수입업체들의 달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 설상가상..환율, 경상수지도 변수
이러한 달러 수요 증가에 달러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까지 더해져 원화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8일 한 때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50원대에 육박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둔화 시킬 달러 매물이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유가 상승세가 너무 빠르고, 수출 기업들이 선물환 매매로 이미 달러를 소비해 버렸다"며 "환율이 안정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경상수지도 유가 상승과 서비스 수지 적자로 인해 호전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를 올 해 하반기로 예상했던 기존 전망을 올 연말 정도로 많이 물러섰다.
한은이 성장과 물가 사이의 고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