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당사자가 전역에 동의했더라도 전역 명령을 문서로 알리지 않았다면 행정절차법을 위반해 무효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A씨의 부인 B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위반해 문서로 통지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육군 대위로 임관해 복무하던 중 2017년 6월 신경외과 진료 후 혈관성 치매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고, 같은 해 7월 신경교종으로 확진돼 군 병원에 입원했다. 군 병원은 그해 9월 '그 밖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부대 과업 등으로 발생한 상'이란 이유로 A씨에 대해 '공상 의결'로 결정했다.
해당 병원장은 2017년 9월 A씨로부터 복무의사 확인서를 수령했고, A씨는 이 확인서에 심신장애 전역 조처와 관련해 '전역을 동의한다', '전역에 동의한 경우' 란에 표시한 후 자필로 서명했다. 이후 국방부 장관은 2018년 1월 A씨에 대해 '심신장애자'임을 이유로 군인사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등에 따라 그해 2월28일부로 전역한다는 내용의 전역 명령을 내렸다.
A씨는 2018년 1월 의식불명 상태가 됐고, 의무조사 담당 상사는 그달 30일 오전 10시에 B씨에게 휴대전화로 전역 처분 내용을 안내했다. 결국 A씨는 그해 3월11일 사망했다.
하지만 국방부 영현관리심사 담당자는 2018년 4월 "A씨가 현역이 아닌 심신장애 전역 이후 사망했다"면서 순직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통보했고, 군인연금과 담당자도 그해 5월 "A씨의 질병과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공무상 상병 불인정 결정을 통보했다. 국방부 중앙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 역시 2018년 6월 전역 처분 취소에 대한 인사소청을 기각했다.
이에 B씨는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피고는 망인에 대해 사전통지 절차를 밟지 않았고,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이 사건 처분에 관한 처분 문서를 교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르면 복무 기간 내에 있는 군인에게 전역을 명하는 것은 공무원임용령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면직에 준하는 성격이 있어 위 규정이 정하는 임용에 준하는 처분으로 볼 수 있으므로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에 따라 문서로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 무렵인 2018년 1월 A씨는 의식불명 상태가 됐고, 피고가 A씨 또는 B씨에게 이 사건 처분을 문서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를 위반해 행해진 행정청의 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유선상으로 처분의 결과를 전달했고, 당사자에게 처분의 내용과 결과가 충분히 통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성질상 행정 절차를 거치기 곤란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주장하는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행정절차법의 적용이 제외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A씨의 부인 B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