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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징계 집행정지' 결정, '공공복리' 해석 따라 갈릴 듯
행정소송법상 '중대한 영향' 우려된다면 법원 집행정지 자제해야
입력 : 2020-12-21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오는 22일 열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처분효력 집행정지 신청 심문의 쟁점은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법 23조는 행정처분의 일시적인 집행정지를 인정하면서 3가지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과 그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징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접수한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공공복리 판단'은 소극적 요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과 '긴급한 필요성'은 각각 손해의 발생과 긴급한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 판단이지만 '공공복리'에 대한 판단은 다르다. 법 23조 2항은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법조계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 효력을 일시 정지시킬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법원이 이를 자제하라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은 행정청, 이번 사건에서는 법무부에게 있다. 대법원 판례는 "행정소송법 23조 3항에서 말하는 '공공 복리'는 그 처분의 집행과 관련된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인 공익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집행정지의 소극적 요건에 대한 주장·소명책임은 행정청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특히 "신청인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공공복리' 양자를 비교·교량해 전자를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대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 4부(재판장 조미연)가 내린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제명령 집행정지 결정에서는 이 3가지 요건에 대한 윤 총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법률 대리인 이완규 변호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배제에 대한 비공개 심문을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원,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에선 영향 없다고 판단
 
추 장관 측이 "윤 총장이 직무집행을 계속할 경우 공정한 검찰권 및 감찰권 행사, 법무부장관의 인사권이 침해된다는 주장과 함께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행정청의 징계행정 자율성과 독립성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진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공공복리가 신청인이 입을 손해보다 중대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만료시인 2021년 7월24일까지 신청인이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신청인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른다"며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청인에 대한 직무 집행 정지가 이루어질 경우 검찰사무 전체의 운영과 검찰공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 역시 존재하고, 이 또한 중요한 공공복리"라고 판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한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총장 징계는 대통령 통치행위
 
그러나 이번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 때와 같지 않다. 이미 검사징계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사안이고, 검사징계법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를 사실상 실효시키게 된다. 따라서 법원이 판단해야 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대통령의 인사권, 폭넓게는 통치행위에 맞닿아 있다고 보는 학자와 법조인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추-윤' 갈등으로 피로도가 높은 국민의 법감정을 문 대통령이 반영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변호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추-윤' 갈등으로 국민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를 대통령의 재가로 종국적인 해결 국면이 있다. 추 장관도 사의를 표명했다. 이런 부분 역시 '공공복리의 필요성' 판단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재가'의 의미를 검사징계법상 법무부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시스템적으로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재량권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검찰총장의 임면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징계처분에 대한 최종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 5차 회의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통치행위는 장관 제청에 기속 안돼"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헌법 교수는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처분은 단순한 인사권을 지나 통치행위와도 관련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장관 제청에 기속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맞겠느냐"고 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교수도 "헌법상 공무원의 최종 임면권자인 대통령임은 분명하다"면서 "검사징계법상 '해임·면직·정직·감봉의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지만 이는 음주운전이나 뇌물 비위를 저지른 검사들에 대한 처분을 말하는 것이지 검찰총장의 경우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22일 심문에서의 공공복리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윤 총장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 설명대로 윤 총장의 징계처분이 대통령 권한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법원의 판단이 삼권분립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라면 법원으로서도 이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로비에 장식된 법원 마크. 사진/뉴시스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인사 재량행위 주체는 행정청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행정청의 일반적인 징계재량은 사법심사 대상이지만, 대통령의 인사권,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4부(재판장 조미연)도 직무배제 집행신청 결정문에서 "행정청에게 재량이 부여돼 있더라도 이는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심사 대상"이라고 명시해 행정청의 재량권에 대한 판단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지방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헌법교수는 "재판부도 청와대와 같이 검사징계법상 대통령의 처분을 문언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윤 총장 정직 2개월간 검찰이 겪게 될 혼란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으로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추 장관이 사의를 표했다고는 하지만 추 장관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권한대행 상태에서의 검찰 현안에 대한 결정, 특히 내년 초 검찰 인사가 추 장관 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면서 "이는 '검찰 인사는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한 검찰청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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