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파괴된 2020년. 바깥 공기를 자유롭게 마시기 보다는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한 해다. 유원지를 나가는 것도, 극장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집에서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 한 해이기도 하다. 이런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올해 방송가 키워드는 불륜, 부캐, 트로트다.
올해 드라마 성공 키워드 ‘불륜’
펜트하우스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박은석, 윤주희, 하도권. 사진/SBS
올해 드라마의 성공 키워드는 단연 ‘불륜’ ‘막장’이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다. 김희애, 박해준, 한소희가 주연을 맡은 ‘부부의 세계’는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 해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했다. 이는 비 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을 뿐 아니라 JTBC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부의 불륜을 다루면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등의 역대급 망언 대사들을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더욱이 김희애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JTBC에 출연 할 때마다 대박을 터트린다는 공식을 이어갔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한소희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내내 한소희는 희대의 불륜녀로 박해준과 함께 시청자들의 욕을 배부르게 먹었다.
상반기 ‘불륜’ ‘막장’ 키워드를 앞세워 ‘부부의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면 하반기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100층 펜트하우스의 범접 불가한 퀸과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욕망의 프리마돈나, 그리고 상류사회 입성을 위해 질주하는 여자의 일그러진 욕망을 다룬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의 작품으로 자극적인 내용으로 매 회 인기를 더하며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다. 이지아, 엄기준, 김소연, 유진, 봉태규, 윤종훈, 신은경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연기 구멍 없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2월22일 방송된 17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은 24%를 기록했다. 종영까지 3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가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 27.1%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너도 나도 연예인 놀이 ‘부캐’
놀면 뭐하니 유재석. 사진/MBC
지난해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부캐’(부 캐릭터)가 이제는 연예인들의 놀이 문화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지낸해 유재석은 ‘유산슬’ ‘유고스타’ 등으로 변신을 했다. 올해 유재석은 ‘라섹’ ‘유르페우스’ ‘유DJ뽕디스파뤼’ ‘닭터유’ ‘유두래곤’ ‘지미 유’ 등으로 변신을 했다. 특히 ‘유(Yoo)니버스’를 확장한 ‘놀면 뭐하니’는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이효리, 비와 함께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또한 환불원정대 프로젝트로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뭉쳤다. 더욱이 유재석은 소속사 신박기획 프로듀서로 분해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가 뭉쳐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라는 부캐 놀이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나래는 ‘조지나’ 한혜진은 ‘사만다’ 화사는 ‘마리아’로 변신해 웃음을 안겨줬다.
반면 방송인들이 너도나도 부캐를 가지려고 하다 보니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부캐’를 유행처럼 따라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독특한 개성이 아닌 단순히 유행에 따라가는 부캐들이 양산돼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TV조선 쏘아 올린 트로트 오디션
트롯신이 떴다 2 남진, 김연자, 설운도, 주현미, 진성. 사진/SBS
지난해 2월 첫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은 대한민국 오디션 예능의 모든 걸 바꿨다. 특히 올해 초 ‘미스터트롯’은 35%의 시청률을 넘기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로트가 방송가에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각 방송사들이 트로트 오디션을 내놓기 시작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신들이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9월부터 오디션으로 콘셉트를 바꿨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랜선 심사위원 제도’를 도입해 LED 화면 투표를 한 시청자들의 화면이 켜지는 방식으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지난 10월 추석 특별판을 시작으로 국내 숨겨진 트로트 고수를 발굴해 지역 대항전을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진성을 중심으로 이은미, 박칼린, 김현철, 이건우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트로트의 민족’ 역시 1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KBS 2TV 역시 ‘트롯 전국체전’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오디션을 내놓았다.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라, 경상, 제주 등 각 지역 팀의 감독을 맡은 이들은 선수를 선발해 대결을 펼친다. 특히 이들은 이름, 경력, 나이를 숨기는 게 아니라 출신 지역을 숨기는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