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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놓은 2020 대한민국)비대면·우울증·역성장…"국민의 자발적 방역이 극복 해답"
대한민국, 비대면 사회로 전환
입력 : 2020-12-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송년기획팀] 기록적인 장마가 계속 중이던 지난 8월26일, 수원의 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혐의는 업무방해와 폭행. 시내버스 탑승 중 승객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발단은 마스크였다. 다른 승객에게 시비를 거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었고, 승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고 요구하자 폭행을 행사했다.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기간 중 일어난 일이다.
 
시내버스 운행 중 업무방해 및 폭행범에 대한 구속수사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스크 미착용'이 원인이 된 예는 찾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이 남성은 전과자가 되는 비극을 피할수도 있었을 일이다. 같은 달 31일 서울 기준으로 '마스크 미착용' 관련 112신고 접수 건수는 총 1280건, 이 가운데 31명이 형사입건됐다.
 
국내서 '우한 폐렴(코로나19 신종 바이러스)' 확진자 1명이 발생한 지난 1월20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 단계로 상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날은 올 1월20일이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발원지였다. 그래서 초기 이름도 ‘우한폐렴’이었다. 중국 조사팀이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심된다고 발표했을 때만해도 "코로나 맥주 매출 떨어지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지금 이런 말장난에 웃는 사람은 없다. 이 신종 감염병은 커다란 아가리를 벌려 우리 사회를 삽시간에 집어 삼켰다. 29일 기준으로 국내 확진자는 5만8725명, 사망자는 859명으로 늘었다.
 
사회 각계 전문가들은 이제 '역진', 즉, 코로나19 발병 이후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연대를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BC(Before Christ)와 AD(After Domini)로 나눠 온 것을 BC(Before Convid)와 AD(After Disease)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계속된 지난 7월7일 세종시의 한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긴급한 방역상황은 '비대면의 일상화'를 불렀고, 필연적으로 우리의 소소한 일상까지 바꿔 놓거나 앗아갔다. 
 
애고 어른이고, 당장 삼복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명절과 연말, 가족 모임까지도 눈치를 볼 지경이 됐다. 학생들과 직장인은 학교나 일터로 가지 못하고 집에서 PC로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하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동네 식당 할 것 없이 오후 9시가 되면 불이 꺼지고 있다. 심야버스 운행도 멈췄다. 1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나들고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검토하면서 머리를 다듬기 위해 이·미용실을 가는 것마저 제한될 처지에 놓였다. 여행은 국내외 할 것 없이 막히거나 제한됐다. 정으로, 늘상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 국민들에게 이같은 변화는 어쩌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보다 더 가혹한 고통이다. 
 
뒤바뀐 일상의 후폭풍은 소상공인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3명이 코로나19로 폐업을 고민 중이다. 10명 가운데 2명은 '코로나 블루(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라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 235만3000명 가운데 대졸자가 48만6000명, 이 중 20~30대가 19만3천명으로 알려진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서울청년일자리센터가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폐쇄돼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들이 아예 신입사원을 뽑지를 않으니 청년들의 고통은 집단 우울증까지 불렀다. 앞서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지난 8일 개최한 '코로나19 속 청년, 더 이상 시간이 없다' 토론회 발표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실업을 경험한 서울시 거주 19~34세 청년이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청년들 중 57.7%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체 10명 중 3명 이상이 중증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려 70.8%가 외출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비정상적 일상의 파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을 가리지 않았다. 한국경제는 국제금융기구(IMF)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전반적인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소상공인 매출감소 등 피해가 확산됐다. 정부는 59년만에 처음으로 일년동안 4차례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풀었다. 규모만도 67조원이다. 나라빚은 빠르게 불어났지만 ‘K방역’과 확장재정 기조 성과로 세계 주요국 중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월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긴급대출 마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추경 효과는 미미했다. 곧 생활비마저 부족한 상황이 닥쳤다. 바로 금융권에 하중이 왔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부동산까지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번져 가계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중소기업은 되레 높은 대출 문턱을 마주해야 했다. 은행들이 점포 수를 크게 줄이고, 금융사들은 비대면 서비스에만 경쟁 초점을 맞추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느끼는 괴리감은 전 보다 더 커졌다.
 
기업들도 전통적인 경영전략을 버려야만 했다. 삼성·LG·현대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절반 이상 재택근무에 돌입하거나 3교대 방식으로 근무체제를 바꿨다. 출근이 불가피할 때에는 출입증 접촉이 아니라 온라인 문진표 작성·발열체크를 거쳐야만 했다. 신제품 공개나 회의 방식도 화상이나 온라인 채널로 대부분 전환됐다. 보조수단이었던 온라인 채널이 마케팅과 경영전략의 핵심 통로가 된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2407.49)보다 1.65포인트(0.07%) 내린 2405.84에 시작한 지난 8월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식시장에도 이상 현상이 왔다. 젊은층이 대거 유입됐다. ‘0%대 초저금리’, 부동산 거래규제 탓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의 불확실성이 젊은 개인투자자들을 자극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신규 개설 계좌수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315만4110건이다. 작년의 4배를 넘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대 투자자다. 세를 형성한 이들은 기관과 외국인과 맞서면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뜻인 '영끌'이란 말도 이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를 ‘비대면 시대’로 밀어 넣었지만, 이 때문에 4차산업혁명의 본궤도에 일찌감치 들어섰다는 긍정적 해석도 없지 않다. 4차산업혁명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과 모바일 산업의 강대국인 한국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당장 역대급 호황을 맞은 전세계 TV·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AI·Iot 기술이 판도를 가를 자동차 시장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같은 기술이 활용되는 택배·배달 산업도 호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만에 1000명대로 늘어난 29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핫팩으로 몸을 녹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우리에겐 ‘이웃’이 있었다. ‘국민 안전’을 위해 이미 자기 안전을 내려놓은지 오래인 ‘코로나19 의료진’과 쇠사슬에 묶여 학대받던 아동을 구한 시민, 아파트 대형화재 현장에서 몸으로 난간을 부숴 주민 18명을 구한 시민, 교각 아래로 추락한 어린이집 통학차에서 어린이 9명을 구한 시민 등이 우리 이웃이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자발적 방역 동참과 정부 그리고 의료진들의 활약은 내년까지 이어질 코로나 정국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란 엔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송년기획팀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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