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소 사실이 유출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고발된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 임종필)는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과 청와대, 경찰 관계자 등 피고발인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월8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전 시장에 대한 강제추행 등 사건의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7월7일부터 9일 사이에 이 사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될 예정이란 사실, 고소 내용 등의 사건 관련 정보를 불상의 방법으로 직접 또는 불상자를 통해 박 전 시장 측에 전달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성폭력처벌법 위반(비밀준수등) 등 혐의를 받았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7월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정보가 안 나가도록 조사를 시작했고, 담당 수사팀에도 보안을 요청해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며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으나, 고소 당일 피고소인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8월 14일과 15일 서울중앙지검 이성윤 지검장과 김욱준 4차장검사,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등을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등 혐의로,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증거인멸교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시장 관련 변사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북부지검으로 이송했다.
검찰 수사 결과 김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시민단체 일부 구성원이 평소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과 서울시 특보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줬고, 박 전 시장은 특보로부터 '구체적 내용이나 일정을 알 수 없으나, 피해자로부터 고소가 예상되고, 여성단체와 함께 공론화할 예정'이란 취지의 말을 전해 들은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고발인들이 피소 사실을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날 모두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우선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박 전 시장이 특보를 통해 최초로 정보를 취득한 시점이 고소장 접수 이전이고, 박 전 시장과 특보가 고소 이후에도 고소 여부와 구체적 고소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가 유 부장검사와 통화할 당시 구체적인 고소 내용과 '시민단체'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관련자들의 통화 내역 분석 결과와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을 종합해 서울중앙지검, 청와대, 경찰 관계자들이 피소 사실 관련 정보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박 전 시장을 시작으로 관련자 총 23명의 휴대전화 26대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박 전 시장의 비서진과 피고발인, 시민단체 관계자, 언론사 기자 등 총 50여명을 조사했다. 박 전 시장과 특보가 사용한 휴대전화 총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필요성을 감안해 필요한 모든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되 유출 경로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점, 관련자들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박 전 시장을 시점으로 역방향으로 유출 경로를 찾는 수사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