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자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내정됐다. 박범계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임명 후에는 검찰 개혁을 위한 남은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0일 장관급 인사에서 추 장관의 후임으로 박 후보자를 내정했다. 청와대는 "검찰·법무 개혁을 완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에 이은 문재인정부 4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추진해 온 검찰 개혁의 마무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사안과 관련해 강하게 의견을 피력해 검찰 조직과 대립 양상을 보였던 추 장관의 기조를 이어나갈지도 주목된다.
우선 수사권 개혁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되고, 경찰은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또 개정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6대 범죄로 한정된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검찰 사무 지휘·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다음 달 중 제출할 방침이다.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도 이미 발의됐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주장해 왔다. 추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중요한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내부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고,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문제는 법령 개정 이전에 시범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의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방 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돼 온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일관된 사법개혁 방향에 맞게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인 수사 방식도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안이 중대해서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해야 하고, 그러므로 소송을 준비하고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초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도 대검찰청과의 관계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추 장관은 취임 엿새 만에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참모 역할을 맡았던 대검 지휘부를 대거 교체했다. 윤 총장은 검사 전출식에서 "어느 위치에 가나 어느 임지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면서 조직을 추스르기도 했다.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 국정감사에서 언론사 사주 접촉 의혹과 관련해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박 후보자가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면서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했다. 이는 박 후보자가 지난 2013년 자신의 SNS에 징계와 관련해 윤 총장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을 의미하는 발언이었다.
지난달 30일 박 후보자는 "엄중한 상황에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받아 어깨가 무겁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법무 행정도 민생에 힘이 돼야 한다"며 "청문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